[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오는 6월 3일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청년 표심을 겨냥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청년층 고용 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질적 대책은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산 형성, 주거 지원 등 현금성 공약이 주를 이루고 대선철이면 등장하던 고용률·취업자 수 같은 선언적 목표치조차 사라졌습니다. 청년 고용난을 타개할 근본적 해법은 내놓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재명도 김문수도 이준석도…청년 '일자리 창출' 전무
최근 청년층 고용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이달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쉬는 인구'는 1년 전보다 1만5000명 늘어난 41만5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쉬고 있다든지 다음 일을 준비하기 위해 쉬고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실업률은 모두 악화했습니다. 고용률은 0.9%포인트 하락해 4월 기준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45.3%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0.5%포인트 상승한 7.3%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여야 대선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 일자리 제고 방안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후보자 공약을 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청년 일자리 공약으로 제시한 내용은 '구직활동지원금 확대' 및 '글로벌 기업의 채용연계형 직업교육 프로그램 확산' 정도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발적 이직 청년에게는 생애 1회 구직급여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외 청년 공약으로는 △'청년미래적금' 도입 △청년 공공분양 및 월세지원 확대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밝혔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 일자리 공약으로 '대기업 신입 공개채용 도입 장려' 및 '인공지능(AI) 인재 20만명·수출무역전문인력 10만명 양성', 'AI 청년 스타트업 빌리지 전국 조성 및 창업 지원'을 언급했습니다. 김 후보는 청년 공약으로 △3·3·3 청년주택(결혼 3년, 첫째 3년, 둘째 3년 등 총 9년간 주거비 지원) 공급 △청년·신혼·육아부부 대상 20만호 매년 공급 △반값 월세존 조성 등 거주 지원 공약을 주로 담았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한 '든든출발자금' 정책금융 상품을 내세웠습니다. '기회의 평등'을 실현할 청년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청년 대표로 대선에 출마했지만, 청년 일자리 공약으로 직접 분류할 만한 정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노동권 보장'을 외치고 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퇴임식에서 "청년 일자리에 기여하지 못하고 떠나 죄송하다"고도 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올해 만 40세로 역대 최연소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청년과 미래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세 후보 모두 청년 정책이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질 방안은 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번 대선에서는 박근혜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처럼 대선철마다 등장한 전반적 고용 '목표치'를 제시한 후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들 "'자산 형성' 등 변죽 울려"…여야 공약 비판
1년째 취업 준비 중인 25세 원모씨는 "불황으로 대기업도 공채를 줄이는 상황에서 구체적 목표 없이 '장려'만 내세우는 공약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인공지능(AI) 인재 스타트업 창업 공약 등은 대상이 한정된 정책이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구조개혁 대신 지출성 공약만 등장한 현실도 짚었습니다. 원씨는 "현재 청년들이 겪는 구직난이 지원금으로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단순 현금성 지원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의 취업 준비가 길어지는 상황에 모두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지적하면 그 원인에 정직하게 답변해야 하는데 자산 형성 등 변죽을 울리고 있다"며 "급하게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지금 일자리 상황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대안이 무엇인지는 안타깝지만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핵심은 '일자리 미스매치'…"지원책 아닌 '견인책' 마련할 때"
지난 4월 9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직원이 구인정보를 교체하고 있는 가운데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청년층 고용 위기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에 기인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큰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원합니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은 수시채용과 경력직 위주로 채용 구조를 변화하면서 되레 취업문이 좁아진 추세입니다.
동시에 기대수명 증가로 중장년층은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로를 희망하면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세대 간 '불일치'도 발생했습니다. 물론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경험 및 선호 직무가 다른 만큼, 질적 차이가 있지만 기업이 들이는 총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노동 이동성에 제약이 있어서 상향 이동 기회가 없다고 보이는 상황이다. 그래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한 번 취업할 때 잘 취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며 "청년들이 고용시장 상황을 그렇게 진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김 교수는 "이제 모두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 '지원책'이 아닌 '견인책'을 만들 때"라며 2000년 벨기에가 도입한 청년실업자 의무고용제도 '로제타 플랜'을 예로 들었습니다. 당시 벨기에 정부는 종업원 50명 이상 사업장에 고용 인원의 3%에 해당하는 청년을 추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를 이행한 사용자는 고용 첫해에 사회보장 부담금을 감면해준 반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고용 공시제 등 성적표 공개로 기업에 사회적 고용책임을 촉구하는 정도의 견인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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