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탐사가 이루어진 지역을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표시한 세계지도. (이미지=Ocean Discovery League)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영화 <타이타닉>과 <아바타>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심해 탐사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1995년에는 1912년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선체를 탐사했고, 2012년에는 독자적으로 설계한 심해 잠수정 딥시 챌린저(Deepsea Challenger)로 마리아나 해구의 수심 1100미터 최심부를 탐사하고 영상으로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런 시각적 관찰이 해양 연구에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영상으로 기록한 심해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최근 비영리 단체인 오션 디스커버리 리그(Ocean Discovey League)의 과학자들은 1958년 이후 이루어진 4만4000여건의 심해 탐사 기록을 분석하여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에 '우리가 본 것은 거의 없다: 심해저 관측 범위에 대한 추정(How little we’ve seen: A visual coverage estimate of the deep seafloor)'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구의 66%는 심해저
통상 심해로 분류되는 수심 200m 이상의 바다는 지구 표면의 66%를 차지하며 지구에서 가장 큰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이 거대한 생태계의 극히 일부만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시각적으로 관찰된 부분은 0.001%에 불과합니다. 이는 육지로 치면 벨기에 면적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탐사의 97%는 미국, 일본, 뉴질랜드, 프랑스, 독일 이 다섯 나라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나마 탐사가 이루어진 심해저의 65%는 미국, 일본, 뉴질랜드의 배타적경제수역이었습니다. 이렇게 빈곤하고 편향된 탐사 자료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양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리는 데 커다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수심 3700m 심해저에서 발견된 타이타닉호 이물의 모습. (사진=NOAA)
심해, 자원의 보고이자 미래의 희망
심해는 다양한 생태계와 그 변화 과정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산소 생성, 기후 조절, 식량 및 의약품 공급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인류에게 핵심적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냉수와 영양염이 풍부한 심해수가 용승(upwelling)을 통해 표층으로 올라오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고, 이들이 전 세계 산소의 약 80%를 생성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해는 탄소 격리와 기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심해에서 운반되고 저장되는 탄소의 사회적 영향 가치(social impact cost)는 연간 1590억달러(USD)로 추산됩니다. 해양은 매년 2억톤의 어류와 해산물을 공급하여 세계 인구의 약 20%에 식량을 제공하고, 전 세계적으로 60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합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유방암,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를 포함한 수많은 의약품은 해양 해면동물(marine sponges)에서 추출한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연구자들은 다양한 해양생물에서 수천 종의 화합물을 발견했으며, 이들은 항암, 항균, 항진균, 항염, 항바이러스 특성을 통해 의학적으로 활용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심해 탐사가 증가함에 따라 인류에게 지속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모르는 가운데 오염과 파괴 시작
그러나 인류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심해에 오염과 파괴의 손길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심해가 오랫동안 인간의 영향 아래 있었음을 경고합니다. 심해에는 이미 플라스틱 쓰레기와 화학 폐기물이 쌓이고 있으며, 석유 시추, 심해 광물 등 자원 채굴 활동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역시 심해를 위협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인간이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 초과 열의 90%가 바다에 흡수되면서 해수는 산성화, 탈산소화, 그리고 온난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해류 순환 패턴을 변화시키고, 심해 생물에게는 생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심해는 ‘지구 최후의 미지 영역’으로 불리며, 동시에 ‘미래의 자원 창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망간단괴, 코발트, 희토류 등이 풍부한 심해저는 여러 나라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심해저 광물 채굴 탐사권을 확보했으며, 해양 이산화탄소 제거(marine Carbon Dioxide Removal) 기술도 시험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시도가 정밀한 과학적 조사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다수의 선행 연구를 인용하여 “심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대부분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합니다. 연구진은 “우리가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인간 활동이 심해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심해저 탐사는 표면만 간신히 건드린 수준에 불과합니다. 심해저 생물이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고유한 역할도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새로운 저서 동물상(benthic fauna)의 발견에서부터 심해저의 지질이 주변 환경 및 수중 생물학(subsurface biology)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이르기까지, 이 중요한 생태계에 대한 탐사와 이해를 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해는 인류가 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가장 의존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연구자들은 이제 심해를 단순한 자원의 저장고가 아닌 ‘지구 시스템의 핵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심해 탐사의 부족과 미흡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구 환경을 관리하는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인류는 그동안 우주 탐사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돈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심해저를 탐사하는 데는 그보다 훨씬 소극적입니다.
심해저 열수분출공 주변에 서식하는 새우류인 알비노카리스(Alvinocaris). (사진=NOAA)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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