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는 방산업계가 유럽의 방산 블록화 움직임에 현지화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국내 방산업계가 현지 교두보 마련에 나서면서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서 향후 후속지원과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전망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로켓 천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들은 유럽 현지 진출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장기적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투자에 6조27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지난 15일에는 폴란드 최대 방산 기업인 WB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합작 법인은 폴란드군에 공급할 80km급 천무 유도탄의 현지 생산과 더불어 유럽 시장으로의 수출 거점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루마니아에는 연내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차를 생산하는 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루마니아와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 운반차 36대 등을 공급하는 1조4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의 K2 전차 2차계약을 위해 현지화를 추진 중입니다. 회사는 지난해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와 폴란드형 K2 전차(K2PL) 생산·납품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일부 물량의 현지 생산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방산업체들이 현지로 뛰어드는 이유는 유럽연합(EU)이 비유럽 국가의 방산시장 진입 차단 움직임 때문입니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5년간 8000억유로(약 1300조원)를 투자해 역내 무기 구매 비중을 65% 이상으로 확대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엔 ‘세이프’ 프로그램을 통해 1500억 유로 규모의 무기 공동조달 대출금을 지원하는 계획이 포함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EU 회원국 및 특정 파트너 국가를 대상으로 무기 공동조달을 통해 유럽 방위산업의 자립성을 높인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에 방산업체들이 현지 진출로 방산 블록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셈입니다.
현지화로 단순 무기 수출 외에 MRO 시장에서의 대응 능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무기 운영·유지 비용이 구매 가격보다 3~4배 정도 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진출은 K-방산의 강점으로 꼽히는 요소 중 하나”라며 “보통 계약을 맺을 때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현지화가 진행되면 후속지원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현지 생산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구매국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인”이라며 “해외 현지 생산은 안보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유사시 한국의 무기 지원 시설로도 활용될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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