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설 침묵한 채…한덕수, '민심역행' 대권 행보
권한대행 '전략적 모호성' 유지…중도층 73% '출마 반대'
2025-04-24 17:35:42 2025-04-24 17:42:5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에도 대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갔습니다.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인 국민의힘에서 이른바 '한덕수 단일화론'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한 권한대행은 계속해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급기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46년 만에 국회 시정연설에도 나섰습니다. 6월3일까지 대선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 있는 한 권한대행이 대권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인데요.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선 출마 질문에…한덕수 "고생 많으셨다" 회피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시정연설을 통해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협조를 촉구했습니다.
 
시정연설문 자체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권한대행은 야당의 대선 출마용 연설이란 비판을 의식한 듯 시정연설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포함해 정치적 해석을 낳을 만한 발언은 일절 언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정연설을 마친 뒤에도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생 많으셨다"며 답변을 재차 회피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시정연설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낀 채 추경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심의·의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재해·재난 대응 3조2000억원,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력 강화 4조4000억원, 소상공인 지원 4조3000억원 등 총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설명하며 "위기 대응에는 정책의 내용만큼이나, 이를 추진하는 타이밍 또한 너무도 중요하다. 정부 재정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닿아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재원은 세계잉여금과 기금 자체 자금 등 가용재원 4조1000억원, 8조1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할 계획입니다.
 
한 권한대행이 연단에 오르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한 권한대행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이후엔 야당 의원들은 대다수가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권한대행이 추경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거듭 당부한 것을 두고 지난번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석열씨와의 차별화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준비된 연설문에는 없던 즉석 발언 내용도 대부분 국회에 손을 내미는 메시지였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인천 미추홀구 천원주택을 방문해 이철 인천시 도시계획국장으로부터 천원주택 사업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론조사 첫 등장 이후 광폭행보…국민 66% "출마 부정적"
 
한 권한대행은 지난 11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그야말로 대선주자급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15일엔 광주의 기아 오토랜드 공장을 찾아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미국의 관세부과에 따른 지원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어 다음날인 16일엔 울산을 방문해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시찰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광주와 울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도 찾았는데요. 이틀 연속 호남과 영남의 산업 현장을 찾고 전통시장 민심을 챙긴 것이어서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전날엔 한·미 동맹의 심장으로 불리는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한·미 연합사령부를 찾았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부대 장병들에게 "저는 대한민국 예비역 육군 병장 군번 12168724번 한덕수입니다"라고 소개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한 권한대행이 산업 현장에 이어 안보 핵심 부대까지 찾으며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은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질문에 "고민 중이나 결정 못 했다"고 했는데요. 여기에 20일 공개된 <파이낸션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선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모두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답변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결단이 임박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심은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입니다. 지난 17일 공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 결과(4월14~16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이 66%였습니다. 특히 중도층에서 73%가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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