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살벌한 분위기 속 영업력 강화 잰걸음
2025-04-16 14:30:15 2025-04-16 16:32:54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들이 우수 성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승진과 포상을 확대하는 등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규모 금융사고 여파로 내부통제가 강화되면서 반대 급부로 영업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조직 내 분위기가 무사안일주의에 빠지지 않고 성과 중심 문화로 이어지도록 동기 부여책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우수 RM·PB에 점포 선택권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은행들은 우수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성과 기반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를 하고 있는데요. 대규모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문책 기조가 강해지면서 영업력 위축을 우려한 영향입니다. 
 
우리은행은 우수 지점장 등 소속장급과 영업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점포 선택권 부여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지난 2023년 하반기 인사부터 우수 지점장에 원하는 부임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조직 내 반응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정기인사부터 지점장뿐만 아니라 프라이빗뱅킹(PB)나 기업고객담당자(RM) 등 영업 전문 인력에도 점포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임금피크 적용 대상자 중 우수 실적을 보인 지점장에 대해서는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KB국민은행도 영업 성과가 우수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포상과 승진 혜택을 넓히고 있습니다. 은행장 표창 대상을 확대하고 승진·승격을 우대하고 있으며, 포상 여행 대상자도 확대했습니다. RM과 PB 팀장의 업무추진비도 확대하고 심적 부담 완화를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업점 직원 중심으로 '팀원급 임금피크 유예제도'도 운영합니다.
 
KB국민은행은 특히 우수 인재를 기업금융 전담 지점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기업금융 관련 성과 보유자를 대상으로 은행 내 공모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SME지점장은 소속 영업점의 기업금융 성과와 마케팅, 고객 관리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올해 초 정기인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기업금융 전문 인력을 늘렸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영업 실적이 우수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직원에 대해 특별 승진 제도를 운영합니다. 전략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 실시하는데, 우수 성과자에 대해서는 포상으로 해외 연수나 현금에 준하는 포인트·상품권, 호텔 숙박권 등 제공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우수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무사안일주의' 팽배 우려
 
은행들이 인센티브 확대에 나선 건 금융사고 여파로 일선 은행 영업점 현장 분위기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어서입니다.
 
은행들은 너도 나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며, 본점 임원뿐만 아니라 지점 단위도 내부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를 의식해 점포의 금고 업무 전반과 시재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지점장이 직접 영업점 내 금고 개·폐문과 잠금장치 이상 유무 확인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고액권을 마감 담당자에게 인계하고 퇴근하도록 하는 등 점포 통제 지침이 보다 강화됐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 단위에서 자잘한 사고까지 사후 처리와 대책을 이사회에 보고를 올려야 한다"며 "지점이나 본부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적절한 업무 절차를 밟았더라도 추후에 업무방해 혐의 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터지지 않다는 무사안일주의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은 특정 지역을 비롯해 특정 상품 쏠림이 심한 영업점을 대상으로 각각 현장검사와 자체감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신의 경우 대표적으로 지점장 전결 대출이 많은 곳이 해당됩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금융사고 후속처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영향권에 있는 영업본부나 지점이 많다"며 "소속장급 재량에 맡겨진 특별 우대금리나 한도가 줄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은행권은 금융사고·부당거래 관련 제보 주체를 현직 임직원에서 전직 임직원과 외부인까지 확대하는 등 내부고발 제도 강화에 나섰습니다. 제보 접수 채널을 외부·익명 창구로 다양화하고 제보자가 금융사고에 연루됐더라도 징계 면제까지도 검토하는 중입니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시장과 고객의 신뢰 회복을 내세우고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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