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선포에 잇따른 내란 사태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일단락되었다. 이제 6월3일에 21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내란 사태 주동자와 동조자의 처벌을 통한 내란 사태 종식과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란 과제가 대통령 선거운동 시기와 겹쳐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럼 차기 대선의 핵심의제(agenda)는 무엇이 될까?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어렵다는 경기 상황을 뒤바꿀 경제정책일 것이다. 미국발 관세전쟁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 AI와 디지털 전환의 공세에 시기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장기 발전이 위태롭다는 진단으로 수식어를 무엇으로 붙이든 경제 화두는 ‘성장’이 될 것이다. 혁신 성장, 대전환 대응 성장, 잠재 성장 기반 확충을 통한 성장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기업과 정부의 상호작용을 촉진할 방안이 마뜩잖다는 점이다. 단지 기업 주도의 규제 완화로는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고, 정부 주도의 산업 지원책으로도 충분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 불안정을 매듭지을 화두로는 헌정 질서 파괴에 확실한 단죄와 함께 분열된 국론의 통합이 의제로 등장할 것이다. 이 또한 단죄의 수단을 통제할 능력이 국민에게는 없고, 정치권력에도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국민 통합은 정치적 봉합에 그치거나 기득권의 ‘밥그릇 지키기’로 끝날 위험성이 있다. 단죄와 통합은 동시적 과제지만 갈라진 정치적 판단과 이해관계로 인해 상충 관계로 작용하게 된다. 보완, 촉진으로 이어질 구조와 제도, 압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민소환권, 탄핵소추권, 사법부 임명 투표권 등 참여민주주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는 개헌의 과제이다.
그렇다면 더욱 불안정해지는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보듬는 방안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정치도 경제도 중요한데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삶이 황폐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포용적 성장을 성장 화두의 끄트머리에 포함해 ‘주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들쭉날쭉한 노동정책과 소득정책으로 변죽만을 울리다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서민의 삶을 추락시킨 민주당 정부의 과거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성장과 통합이라는 의제 중 어느 하나 녹록하지 않지만, 삶의 과제인 사회 의제만큼은 동렬에 배치해야 한다. 그 화두를 ‘고용’으로 집약할 것을 제안한다. 고용은 삶의 원천이다. 대다수 서민은 노동을 통해서 삶을 영위한다. 현실은 어떤가. 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해서 궁핍하고, 일을 해도 제대로 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노동을 통한 복지(welfare to work)’를 고용정책의 대전환 방안에 맞게 재수정하면 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변죽만 울리는 청년 고용정책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다. 노후 소득 사각지대에 내몰린 중고령자 고용을 정상 노동으로 자리매김한다. 사실상 종속 노동과 다름없지만 노동법 테두리 바깥에 있는 광범위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을 적극적으로 포괄할 고용 보호망을 대폭 확대한다. 핵심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 아니라, 전 국민 고용보장제이다. 현재 있는 일자리를 ‘할 만한 일자리’로 전환하는 방안이 그 중심이다. 필요한 일자리마저 외주화하는 기업과 공공부문이 불안정 고용 행태를 바꾸어 고용 기반의 사회적 책임을 촉진하고 사회적 지원 체계를 연계한다.
노사의 대화도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드러나는 고용공시제, 사회책임지표가 강조되면 반대급부로 정부 지원책이 마련될 것이므로 넓은 틀에서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용 구조 전환에는 노동법 사각지대와 이해 대변의 분절 구조를 극복할 방안도 필수적이다. 회복과 성장, 단죄와 통합을 위한 지지 동력도 그 기반이 삶의 과제인 고용 중심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구축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 파고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혼란은 진자의 파동처럼 점점 커질 것이다. 이미 보수 정부의 무능력과 부패는 국민의 심판을 목전에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새 정부는 성장과 통합에 고용이라는 국민의 삶을 녹여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민주화로 도약, 사회적 민주화인 불평등의 해소와 기회 보장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국민의 낭패감은 절망에서 분노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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