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루터PE, 네츄럴엔도텍 투자 9년 만에 손 떼…"원금도 못 건졌다"
'백수오 사태' 네츄럴엔도텍 주식 장외매도
300억 투자해 225억 회수…실제 손해 더 커
2025-03-24 06:00:00 2025-03-2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10: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이하 루터PE)가 네츄럴엔도텍의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며 9년간 버텼지만, 결국 투자 원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발을 뺐다. 한때 '백수오 열풍'으로 주목받던 기업의 몰락은 투자사에도 큰 손실을 안기고 말았다.
 
네츄럴엔도텍 전경(사진=네츄럴엔도텍)
 
눈물의 엑시트…300억 투자, 9년 만에 225억 회수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터PE는 네츄럴엔도텍의 전체 주식수 5.48%에 해당하는 173만9566주를 장외매도했다. 주요 매수자는 코스피 상장사인 서흥(008490)과 박금덕 서흥 대표이사 등이다. 
 
루터PE는 주당 1425원에 해당 물량을 매각해 25억원가량을 회수했다. 2016년 특수목적회사(SPC) 엔에이치씨(NHC)를 통해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할 당시 주가가 2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엑시트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셈이다. 다만 과거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일부 수익을 보전한 흔적이 있다. 2018년 CB 60억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했고, 2020년 5월 160만주를 주당 1만2500원에 매도, 200억원을 챙겼다.
 
종합하면 루터PE는 네츄럴엔도텍에 300억원을 투자해 225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보여진다. 투자 원금 대비 손실 금액은 75억원이지만, 투자 기간이 9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격은 이보다 더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300억원을 9년동안 연 이율 3%로 저축만 해뒀어도 378억557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결국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150억원 넘게 손실을 본 것과 마찬가지다. 
 
루터PE는 투자 당시 '가짜 백수오 사태'로 위기에 빠졌던 내츄럴엔도텍의 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네츄럴엔도텍은 2015년 4월 '가짜 백수오'를 고의로 혼입했거나 혼입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아 제품 판매가 중단되고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억울한 '백수오 사태' 여파, 재기 실패로 이어져
 
당시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백수오 사태’와 관련된 각종 손해배상은 연이어 기각됐고, 갱년기 여성 건강기능식품인 '백수오 궁'의 매출은 회복 추세를 보였다. 이에 시장에선 네츄럴엔도텍이 누명을 벗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20년엔 의약품 캡슐분야로 국내 1위를 달리던 서흥이 제약업계 매출 1위 유한양행(000100)과 손을 잡고 갱년기 여성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사업을 추진하면서 '백수오'가 재조명 받았다. 
 
그러나 주가는 회복되지 않았다. 2015년 18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2018년 7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했고, 2020년 이후 1000원대까지 추락했다. 19일 종가 기준 1403원으로, 여전히 저점을 맴돌고 있다. 이는 지속된 적자 탓이다. 네츄럴엔도텍의 매출은 2022년 140억원, 2023년 188억원, 2024년 223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4억원, -41억원, -38억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기순손실도 -107억원, -56억원, -41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백수오 사태'가 터지기 전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네츄럴엔도텍은 2013년 10월 코스닥에 입성할 당시 연간 매출액만 842억원으로 1년 뒤 1240억원으로 폭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 악재가 터지면서 매출은 445억원으로 급감했고 10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이후 10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가에선 식약청으로부터 백수오 원료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평가를 받은 만큼 주가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였다"라면서 "루터PE가 지난 9년간 엑시트하지 못하고 미련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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