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가상자산 상속·증여를 관리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법적 적합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프라이빗 월렛(개인 지갑) 보유자의 신원 및 잔액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과세가 2년 유예된 상황에서 해당 법안을 추진할 경우 법적 모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과세를 강행할 경우 조세 저항과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개인 지갑 보유자 신고 의무화 추진
안 의원이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상자산 이전거래 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합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 의무를 부여하고, 신고된 사업자를 통해 관리되는 개인 지갑 보유자의 정보는 금융정보분석원에 매년 신고하도록 규정합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개인지갑 보유자는 이름, 주소 등 신원 관련 정보를 비롯해 보유 지갑의 잔액을 합산한 금액을 매년 신고해야 합니다.
안 의원은 법률안을 통해 "가상자산 투자자와 거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를 이용한 편법 상속 및 증여가 늘고 있다"며 "그러나 현행 법 제도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에 대한 정밀한 세원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므로 과세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 (사진=뉴시스)
“법적 모순 가능성 높아”
그러나 해당 법안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행정 부담 증가와 법적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가상자산 과세가 2027년까지 유예된 상황인 만큼 모순된 입법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성엽 고려대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가상자산 과세가 2년 유예된 상태에서 개인 지갑 보유자의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법적 모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과세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사안으로 충분한 검토와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홍선기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도 "현재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완전히 편입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과세라는 부분만 지나치게 빠르게 도입하려고 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속세 및 증여세 부과 자체는 필요하지만, 해외 상황까지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속이라는 관점에서 해외에서 가상자산에 과세를 시도하는 곳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다만, 자산 이전을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과세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어느 시점부터 적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에 설치된 태블릿에 비트코인 가격정보가 표시돼 있다.(사진=뉴시스)
“기술적 이해 부족한 법안…실효성 의문”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업계는 해당 법안이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전통 금융 시스템의 법안을 그대로 대입하려 한다며 실효성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이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5억 원을 초과할 경우 이를 매년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안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러한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제도를 가상자산 개인 지갑에도 그대로 적용한 형태입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이동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개인 지갑의 경우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소유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중앙화 거래소만 이용하게 규제를 만들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현금화되면 자금 추적이 어려운 것처럼, 오프라인 지갑에 가상자산을 보유할 경우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며 "암호화된 지갑이기 때문에 아무나 들여다보지 못하는데 이러한 기술적 이해 없이 무리하게 기존 금융 규제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실효성이 낮다"고 비판했습니다.
가상자산 규제 체계가 아직 자리잡지 않은 시점에서 상속세를 논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학계에서 제기됩니다. 이성엽 교수는 "가상자산 투자자의 상당수가 젊은 층이라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상속세를 논의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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