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혁신과 포용이라는 설립 취지를 무시하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같은 안정적 돈벌이에만 나서면서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무용론이 제기됩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최근 금융감독원을 찾아 "주담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카카오뱅크(323410), 케이뱅크에 이어 인뱅 3사가 모두 주담대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인뱅 3사 중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곳은 토스뱅크뿐입니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2022년, 2020년에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토스뱅크도 2023년부터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출시하면서 주택 대출에 첫 발은 내딛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인뱅들이 출범 당시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자처하며 중저신용자 대상 금융 지원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던 만큼, 주담대에 치중하는 모습은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주담대 시장에 뛰어들면서 당초 인뱅 설립 취지이자 정체성이었던 혁신성과 포용성 둘다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휴대폰 화면.(사진=뉴시스)
예대금리차, 시중은행 두 배 '이자장사'
실제로 인뱅의 예대금리차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익 쌓기에 치중한 지 오래입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인뱅 3사의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는 2.02%포인트로, 같은 기간 5대 시중 은행(1.18%p)보다 두 배가량 높았습니다. 은행별로 토스뱅크가 2.48%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가 2.16%, 케이뱅크가 1.40%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2023년 초 주담대 및 전세대출 금리를 낮춰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9월 이후 대출 기간을 축소하고 금리를 인상한 바 있습니다. 지난 24일 기준 주담대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를 보면, 카카오뱅크 연 4.085%~6.638%, 케이뱅크 3.84~6.6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순이자마진(NIM)도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NIM은 2.16%, 케이뱅크는 2.07%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NIM은 최고 1.8%(농협은행) 수준이었습니다.
인뱅이 영업점이 없는 점을 감안해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대금리차를 유지하면서 금융 취약계층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출범 앞둔 제4인뱅, 차별성 '글쎄'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제4인뱅 인가 절차에 본격 돌입합니다. 내달 25일부터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민간 외부평가위원회 등 평가와 금융감독원 심사 등을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여부를 최종 결정합니다.
현재 도전장을 내민 곳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6곳인데요. 이들 모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내세우며 기존 인뱅과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인뱅 3사 모두 별다른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주담대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제4인뱅도 설립 취지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될까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국은 인뱅의 구체적 사업에 간섭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주담대를 취급한다고 해서 당국이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자본 규모와 자체적인 신용평가 모델 등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제4인뱅 인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뱅의 특정 사업을 강제하지 못하더라도 설립 취지를 고려할 때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본연의 역할인 금융 취약계층 대출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면서 "취지에 맞게 운영하라고 강제성을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당국이 내부 또는 외부에 위원회를 신설해 3~4년간 인터넷은행이 취급한 중저신용자 대출과 타 대출 현황을 점검하는 등 조치를 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제4인터넷은행 인가 절차를 앞둔 가운데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려면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한 행인이 나오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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