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법원이 집중투표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MBK파트너스(MBK)·영풍 연합이 승기를 잡았습니다. 집중투표제로 열세인 지분을 만회하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주주총회 전략이 무산되면서 MBK·영풍 연합이 우세한 지분율을 기반으로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고려아연·영풍 CI.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1일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임시주총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 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인용 사유를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이 가결될 것을 전제로 한 고려아연 측의 주장은 상법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집중투표에 관해 규정하는 상법 규정 어디에도 해당 회사의 정관에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해당 규정이 개정될 것을 조건으로 집중투표 청구가 허용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이사 선임 안건 수에 맞춰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본래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최 회장 측은 사실상 가족회사인 유미개발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도입에 공을 들였습니다. 현재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지분율은 40.97%(의결권 46.7%)로 과반에 육박하는 데 반해,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쳐도 34.24%(의결권 기준 39.16%)에 불과해 이사회 장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 줄 수 있어 최 회장 측 소액 주주들이 보유표를 집중한 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원하는 이사들의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사진=고려아연 제공)
이날 재판부 판결로 집중투표제가 부결되면서 의결권 기준 46.72% 지분을 가진 MBK·영풍 측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할 확률이 커졌습니다. 기타 지분 등에서 약 3.3% 이상의 지지만 받아도 과반이 넘어 원하는 이사 후보를 통과시킬 수 있어서입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2명입니다. 이 가운데 최 회장 측은 11명, MBK·영풍 측은 장영진 영풍 고문 1명 뿐입니다.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총 21명을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는 14명이며, 최 회장 측의 추천 후보는 7명입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아 MBK·영풍 측의 추천 인사들만 모두 이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이사회 장악이 가능합니다. MBK·영풍 측은 이번 재판부 결정에 대해 "법원 결정으로 인해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혁이 기대되며 23일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의 개편과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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