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이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유가족의 참여와 함께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댓글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정치권에 요청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유족들의 조사과정 참여는 국제기준으로 인해 어렵지만 조사과정에서 단계마다 유족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관련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 대표는 14일, 국회 국회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과 국회의원 여러분에게 부탁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은 6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참사 17일만에 열린 국회 현안 질의에서 박 대표는 “조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모든 조처를 해 달라”며 “조사 중 유가족의 참여와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조사 중 발견된 새로운 사실을 유족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어 “온오프라인에서 지속되는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를 부탁드린다”며 “유가족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약해져 있다. 이는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발언 도중 복받쳐 흐르는 감정에 눈물을 짓기도 한 박 대표는 유족에 대한 생활비 지원도 요청했습니다. 그는 “배·보상 문제는 원인 조사도 끝나지 않은 현재 너무 먼 얘기인데, 당장 설을 어찌 지내야 할지 모르는 유족들도 있으니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살펴 지원해 달라”며 유가족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장기간의 관찰과 상담 지원도 부탁했습니다.
요청사항 전달에 앞서 박 대표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17일째”라며 “희생자의 유해조차 제대로 찾을 수 없었던 유족들은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큰 충격과 슬픔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어 “특히 이번 참사는 3대에 걸친 일가족이 희생되거나, 부모와 자녀가 한 번에 희생되는 등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그만큼 살아가는 유족들이 감내해야 할 수 없는 수준의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며 “유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항공 사고 특성상 온전한 유해를 찾아보기 힘들어 처참하기도 했다”고 울먹였습니다.
이같은 유족들의 요구에 대해, 국토부는 유족의 조사위 참여는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이날 현안 질의에 참석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안태준 위원(민주당)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기준과 절차를 이유로 사고 조사에 유족 참여가 어려운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사고 조사 단계마다 유가족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생각이고, 사조위가 그렇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장관은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유족이 직간접적인 조력도 받아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그런 장치를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국제기준 등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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