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계엄과 내란 혐의로 인한 비상 정국이 기업 신용위험으로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달 새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은 신용위험 요인으로 계엄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정치 불안이 환율 급등뿐 아니라, 대외 신인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명동거리 환전소 현황판에 표시된 환율. 사진=연합뉴스
계엄 터지자 투자위험 정정한 증권신고서
지난 2일 낸 증권보고서에서 포스코는 "비상계엄 및 탄핵소추안 표결 등으로 불거진 국내 정치리스크”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과 더불어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환율 급등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요인이 회사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며 "환율로 인한 회사의 손익이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유의를 당부"했습니다.
같은날 반도체 장비기업 아이에스티 증권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회사는 "국정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과 증시 등 금융시장, 대외 신인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신고서 제출일 현재(2일)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를 받고 지난달 24일 계엄 이슈를 포함해 다시 신고서를 냈습니다. 최초 신고서 제출 후 계엄 사태가 터지자 투자판단 시 달라진 상황에서 유의할 점을 담도록 금융당국이 요구한 데 따른 것입니다. 금융투자업의 경우 이같은 거시경제 상황과 이에 따른 증권시장의 거래대금 증감에 따라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 추가됐습니다.
추후 회사채 신고서도 줄줄이 '계엄'
앞으로 회사채를 조달할 기업들도 신고서에 계엄 사태를 적시할 전망입니다. 금감원의 투자위험요소 기재요령 안내서에 따르면 투자위험요소란 투자자가 모집·매출되는 증권을 취득함에 따라 노출되는 위험(가격하락, 원리금 회수 지연·불능 등)을 초래하는 제반 요인을 말합니다. 발행인은 세부 투자위험요소를 추출할 때 발행인과 증권에 관한 사항으로서 모집·매출의 대상이 되는 증권에 대한 투자를 위험하게 하는 요인과 상황, 발행인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중요한 위험요소들을 모두 포함해야 합니다.
계엄 사실이 적힌 증권신고서를 받아 볼 해외 투자자들에게 대외 신인도 하락은 시간 문제입니다. 포스코·아이에스티 신고서처럼 불확실성의 지속이 국내 자본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 회사채를 비롯한 국채, 정부기관채, 자산유동화증권시장에서 국내 외환보유액은 3366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달보다 57.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설사 등 내수 업종 기업들의 신용 위험도 심각합니다. 대형 건설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기업집단의 지원으로 부실을 돌려 막는 상황을 이어가지 못할 경우, 자칫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우려가 높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신용등급 보고서를 내고 “석유화학, 건설, 제2금융권 중심의 등급하락 기조가 지난해 지속됐다”며 “올해도 불확실한 거시여건과 경기부진 속에 향후 등급 하향압력이 상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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