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이 저물고 2025년 을사년이 다가온다. 새해를 앞두고 '처음'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항상 새롭고 경건하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설레고 새롭게 다가온다. 처음이 있어야 끝이 있기에 처음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언제나 경이로운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다가온 일들은 무겁기만 하다. 어떤 일들은 외면하고 싶기까지 할 정도다. 지난 3일 발생했던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는 처음 겪는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계엄'이라는 말 자체는 교과서나 영화로만 접했을 뿐, 소위 MZ세대로 살면서 겪으리라곤 생각해보지 못했다. 비상계엄 사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처음 겪는 일이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로, 경제부총리가 '대행의 대행' 1인3역 역할을 하는 것도 처음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탄핵소추안'에 이어 '한덕수 탄핵소추안'까지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업무를 대행하는 일도 처음 겪는다. 놀랍다 못해 이젠 생경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지난 27일 기준 장중 달러당 1486.7원까지 치솟는 일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16일 1488.5원 이후 15년9개월 만의 최고치인데, 머지않아 달러당 1500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팽배하면서 처음의 기록을 다시 쓸 것 같다.
국정 공백 속에 국내 항공사가 추락 참사를 낸 것도 처음이다.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운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비상 착륙 중 폭발하면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공석인 채로 국가적 대형 재난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은 참담하다 못해 암담하기까지 하다.
새해 대한민국은 정치 혼란을 어서 끝내고 '처음'의 새로움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의 '네 탓' 공방과 '대행의 대행' 체제를 낳은 정치 파행은 서둘러 끝내고, 민주공화국의 대한민국을 새롭게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정치가 경제를 잠식하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비상시국임에도 정쟁만 앞세우는 여야의 어리석음을 바로잡아야 한다. 2025년 을사년의 새 출발 앞에서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놓였음을 정부와 정치권이 직시할 때다.
박진아 정책팀장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