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시대 흐름과 기술 혁신에 뒤처지면서 침몰하기 시작한 인텔을 본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한 펫 겔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가운데 네이버(
NAVER(035420))가 인텔과 계속해서 파트너십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립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펫 겔싱어 전 CEO가 지난 1일부로 사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서 인텔과 협력하고 있는 네이버는 CEO 사임과 관계없이 진행해 오던 협력은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오던 인텔과의 협력 건은 문제없이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가 인텔과 협력하는 부분은 클라우드 영역입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인텔 AI 가속기 ‘가우디2’를 활용해 한국판 쿠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쿠다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데 엔비디아의 주요 제품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AI 애플리케이션(앱)이 더 빠르게 실행되도록 합니다. 엔비디아가 AI 시장을 장악한 이유 역시 이미 AI 앱 구동이 원활한 AI 기반의 SW 생태계를 먼저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은 건 비싸고 수급 경쟁이 치열한 엔비디아의 AI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네이버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LLM에 필요한 AI 모델의 크기가 커지면 고성능 AI 칩 확보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AI칩 시장은 97% 이상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고, 칩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네이버는 이에 대안으로 인텔을 떠올린 것인데요.
네이버는 엔비디아에 종속되지 않고 공급망을 분산시켜 의존도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추락하는 인텔과의 지속적인 협업이 네이버 브랜드 평판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하지만, 양사 협업은 서로에게 ‘윈윈’인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입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인텔 재무 상황과 관계없이 가우디칩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손잡는 것”이라면서 “더군다나 네이버가 큰 자본을 들인 협력이 아니어서 크게 손해볼 것이 없고, 쿠다에 버금가는 AI SW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인텔도 네이버가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여러 글로벌 협력사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13일(현지시간) 기준 인텔의 시총은 877억달러(약 126조원)로 스타벅스 1105억달러(약 159조원), 보잉 1268억달러(약 182조원)보다 각각 228억달러, 391억달러 적은 상태입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오른쪽)이 ‘인텔 비전 2024’ 행사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인텔)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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