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윤석열 아저씨는 왜 그랬대?"
2024-12-13 06:00:00 2024-12-13 06:00:00
"엄마, 윤석열 아저씨는 왜 그랬대? 왜 계엄했어?"
 
오늘로부터 열흘 전 밤 윤석열 대통령이 초유의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난 후 어느 날, 8살 아들이 던진 질문입니다. 안 그래도 바빴던 엄마가 잠도 같이 못 잘 정도로 바빠지니 참다못해 물어온 말이었죠.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대"라는 어른들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아이는 '계엄'이 무엇이냐고도 함께 물었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알아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대통령이 법을 안 지키고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고 사람들한테 통보한 거야"라고 답해줬습니다. 
 
"왜?"란 질문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러게. 엄마도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이때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아들은 저를 마주칠 때마다 물었습니다. "엄마, 대통령 아저씨가 얘기했어? 왜 그랬대?" 
 
며칠이 지나고 첫 번째 탄핵안 표결 당일. 대통령 탄핵안 투표가 시작되고 자리를 비운 국민의힘 의원들을 기다리느라 어수선한 로텐더홀을 서성이고 있을 무렵, 아들한테 또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오늘은 언제 와? 또 늦어?" 투표가 끝나지 않아 못 가고 있다는 저의 대답에 '무슨 투표인데', '투표를 왜 안 해' 등의 질문이 연이어 쏟아졌습니다. 
 
국회 출입이 된 이후 아들은 부쩍 정치에, 정확히는 엄마가 하는 일에 관심을 더 많이 보였습니다. 지난 4월의 총선 때에는 유세를 하는 후보자들을 관찰하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 묻기도 했고, 선거 때에는 동네에서 자주 마주쳤던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전만큼 보이지 않자 "엄마, 요즘 OOO 아저씨는 바빠? 뭐 하신대?"라면서 안부를 궁금해하기도 했죠. 
 
'명태균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는 "명태균 아저씨는 무슨 잘못을 했길래 사람들이 싫어하는 거야?"라고 묻기도 했고, 주말 오후 차를 타고 지나가다 '이재명 OUT'이라 쓰인 현수막을 보고는 "엄마, 이재명 아저씨는 뭐를 잘못해서 사람들이 나가라는 거야?"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어떤 질문을 받든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해주고 싶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의 질문에 좀처럼 쉽게, 가볍게 답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해주면 "왜? 왜 그랬대?"란 추가 질문이 늘 따라붙었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더라도 세상일이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 않았을까요.
 
어제 아침 있었던 윤 대통령의 담화를 들었다면 아들은 또 어떤 질문을 했을까요? 저는 또 어떻게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왜'라는 의문이 어른들에게도 풀리지 않고 있는데 아이라고 납득이 가능할까요. 
 
국민의힘에서 6번째로 탄핵 찬성에 공개 입장 표명을 했던 진종오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자손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야 되는데 국회의원들이, 정부가 잘못된 판단에서 나라를 바르게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단의 배경을 전했습니다. 
 
부디 이 같은 그의 고백이 진심이길, 그의 마음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들이 되어 주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김진양 정치팀장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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