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4조.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질까요. 대답은 물론 '예'입니다. 그런데 직장이 가까운 서울에 살고 싶어도,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 가격에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는 주거 난민들은 '아니요'라고 외칠 수도 있겠습니다.
부동산 양극화가 말썽입니다.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처럼 극심화가 나타나지는 않았죠. 집값의 최고 최저 격차가 최대 40배를 웃돈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산가액 상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12억5500만원으로 하위 10% 평균 주택 자산 가액(3100만원)의 40.5배였습니다.
양극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부동산과 소득인데요. 집값은 전년과 비교할 때 상위 10%는 3600만원, 하위 10%는 100만원 올랐습니다. 전년 대비 격차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56.4%인데,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233만9000명이었습니다. 한 채도 없는 무주택 가구가 33.6%인데 다주택자는 15.0%에 달합니다.
앞으로 개선될 여지도 안보입니다. 서울만 집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서울 집값 상승은 지난해 이래 각종 특례대출 및 규제 완화 등 부동산시장 부양책, 공급 부족 우려,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점차 추세화해왔습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종부세가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강남불패 신화를 다시 살려냈죠. 반면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이 즐비하고, 가격 또한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을 다시 말하면 주거의 기회비용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집을 빌려서 살든 내 집을 장만해서 들어가 살든, 더 큰 비용을 내야 하죠. 또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자산 격차를 키워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게 됩니다. 이는 기회의 불균등으로까지 이어지고요.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먼저 사회 계층 이동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특히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의 사교육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소득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대생 80%를 지방에서 뽑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도 교육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 것이죠.
갈수록 심해지는 불평등의 주된 원인은 잘못된 체제와 제도에 있습니다. 구조화된 불평등은 언젠간 폭발하기 마련입니다. 현 정부 임기 후반기 키워드도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 해소'라고 하는데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합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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