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국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공급 규모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기업대출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는데요. 기술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공급 규모를 늘리기 어려워하는 모습입니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17개 특수·시중·지방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1조 4919억원으로 전년 동기 309조1860억원 대비 2.49%(7조6941억원) 줄었습니다. 지난 2021년 7월(300조5187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기술신용대출 공급 건수도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공급 건수는 74만4670건에서 68만2857건으로 8.3%(6만1813건) 감소했습니다. 기술신용대출 평가액도 전년 대비 0.71%(1조6449억원) 감소한 228조73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기술신용대출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지만 재무 상태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입니다. 기술신용평가기관이 발급한 평가서를 바탕으로 등급에 따라 은행이 벤처·중소기업에 대출 한도와 금리를 우대해줘, 초기 기업들의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등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기술금융 규모도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상 대출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8%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0.55% 보다 0.23%포인트 오른 수치입니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대체로 양호한 추이를 보였습니다. 8월 기준 0.05%로 작년 동기(0.13%) 대비 0.08%포인트 줄었습니다.
은행권은 최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3% 내외로 유지하는 등 자본비율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눈 값인데요. RWA를 줄여 CET1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 상한선은 가계대출보다 높은데요. 시중은행들이 올 들어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 들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우량 기업 중심의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가계대출보다 위험 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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