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3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함께 완성차 판매가 줄며 부품 계열사들이 부진하고 있습니다. 현대위아·현대모비스 등 부품 계열사들이 현대차그룹에 공급하는 부품 비중이 70~80%에 달하는 만큼 공급처 확보 마련이 과제로 꼽힙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매출은 69조4481억원, 영업이익은 6조462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4.4% 늘고, 영업이익은 3.5% 줄어든 수치입니다.
자동차 판매량으로 보면 현대차는 3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01만1808대를 판매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3.2% 감소한 수치입니다. 기아의 같은 기간 글로벌 판매는 76만363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습니다.
판매 대수 감소에도 매출은 오히려 늘었는데요. 선진 시장과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호조로 제품 믹스가 개선된 데다 차량 대당 평균 판매가격(ASP) 가격 인상, 우호적인 환율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출액은 하이브리드, 제네시스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확대에 따른 평균 판매단가 개선 및 우호적인 환경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다만 영업이익은 북미 지역에서의 선제적 보증 연장 조치에 따른 충당금이 반영돼 전년 동기비 소폭 감소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위아,현대모비스 매출, 영업이익(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낙수효과' 글쎄
현대차와 기아가 3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도, 부품 계열사 모빌리티 사업 실적에는 영향이 미미합니다. 부품 계열사가 낙수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차량 판매가 늘어야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판매 대신 영업이익만 늘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에 자동차 엔진과 모듈, 4WD 시스템 등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위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한 52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현대위아는 현대차그룹 유일의 설비 제작 공급사 입니다. 사업별로 보면 모빌리티 부문이 매출 1조9145억원, 영업이익 425억원으로 각각 1.2%, 38.6%씩 감소했습니다. 국내와 중국에서 엔진 매출이 9.7% 증가했지만, 모듈 부문에서 물량이 줄었습니다. 반면 공작·특수기계 부문에서는 방산 수출 물량이 57.6% 증가해 매출 및 이익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자동차 A/S용 부품, 부품 모듈 등을 현대차에 공급하는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 또한 낙수효과를 적게 받았습니다.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모두 증가했지만, 핵심 사업인 모빌리티 부문에서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4조18억원과 영업이익 908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1.6%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1.6% 늘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사업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뉘는데요. 자동차 모듈 및 부품제조사업은 자동차 3대 핵심모듈인 샤시모듈, 칵핏모듈 및 프론트 엔드 모듈(FEM)을 생산해 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공급합니다.
이번 실적에서 핵심부품 제조 부문보다는 자회사 내에 물량에 대한 A/S 사업 매출 증가가 이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3분기 모듈과 핵심부품 제조 부문의 매출은 10조9412억원으로 전년보다 4.5% 감소했지만, A/S사업 부문은 1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오토랜드 광명 EVO 전기차 전용공장(사진=현대차)
부품 계열사, 공급망 자립 필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의 부품 계열사들 매출의 70~80%를 현대차와 기아 두 회사에 의존하는 만큼, 계열사들의 공급망 자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품 계열사들 역시 현대차와 기아의 그늘에서 벗어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들이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주 매출처 상황에 따라 실적이 급변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량 목표를 낮게 잡으면 부품 계열사들은 지난해와 같은 실적을 기록하기 어렵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들이 독자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더 낮춰야 한다"면서 "핵심적인 기술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성장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부품 계열사들은 외부 수주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는 등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92억2000만달러, 한화로 약 12조30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 계획 목표(53억6000만달러)를 172% 초과 달성한 수치입니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보다 1.3% 성장한 93억4000만달러로 세웠습니다.
또한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에서 배터리팩과 배터리 고나리 장치 등을 합친 모듈 BSA를 수주했습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2년 모듈 제조사 '모트라스', 부품 제조사 '유니투스'를 출범시키며 산하 계열사 이름에서 '현대'를 뗀 이후 글로벌 부품공급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현대위아도 자동차 핵심 부품인 '등속조인트(CVJ)' 해외 수주 규모가 지난해 총 1조4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위아는 중국 강소법인, 인도법인, 멕시코법인 등 해외 법인을 통해 연 500만개 이상 등속조인트를 생산하며 물류비용도 낮추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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