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명태균 씨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조선하청지회 파업 당시 현장을 방문해 사측의 브리핑을 받은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태 심각성을 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윤 대통령은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이후 나흘 만에 극적으로 노사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지난 2022년 7월 중순 파업이 한창이던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를 찾았습니다. 명씨는 당시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총무부 소속 간부들(부사장·상무·부장)과 함께 준비된 버스에 올라 파업 현장을 둘러보며 부사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이후 사측이 준비한 설명자료를 건네받은 명씨는 이를 토대로 파업의 심각성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게 이날 명씨와 동행했던 F씨 설명입니다.
명태균씨. (이미지=JTBC 유튜브)
F씨는 "대통령께서 나서기 이틀 전에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걸로 기억한다"면서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사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보고서(설명자료)는 (현장 방문) 뒷날 받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장 파업을 정돈 못 하면 대우조선이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그 내용을 대통령한테 보고하고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가 됐다"면서 "대통령께 보고는 명태균이 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바로 액션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7월18일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F씨에 따르면, 명씨가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을 방문한 건 윤 대통령의 개입 이틀 전인 2022년 7월16일으로 추정됩니다.
윤 대통령의 주문과 함께 정부도 즉각적인 대응에 착수했습니다. 한 총리는 2022년 7월18일 윤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직후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었습니다. 이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명의로 발표된 담화문을 통해 "노사 대화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불법적인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관련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불법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19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유튜브 채널 윤니크)
이후 2022년 7월22일 극적으로 노사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이 삭감된 임금 30%를 회복해 달라며 2022년 6월2일 시작한 51일 간의 파업이 정부 개입 나흘 만에 끝난 겁니다. 당시 명씨와 가깝게 지냈던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명(태균)이 이른바 '대통령 특사'로 나선 것"이라며 "명이 주변에 떠들고 다녀 가까운 사람들은 아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대우조선해양 대관 업무를 맡았던 당사자들은 명씨 일행을 맞아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브리핑과 함께 사측의 설명자료를 전달한 건 맞지만, 명씨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온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직장 폐쇄까지 우려되던 심각한 상황이라, 신원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회사 사정을 설명했다는 겁니다.
이모 전 부사장은 "제가 뭐 개인적으로 왔는데 만나진 않는다. 어디에서 뭐 현황 파악하러 왔다 하고 그렇게 갔던 것 같다"면서 "당시 하루에 10팀 이상도 오고 이러다 보니까, 제가 정확하게 기억을 다 더듬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누군가 오신다 그래가지고 이야기는 차(버스) 안에서 내 기억에는 5분에서 10분 정도. 야드(조선소 현장) 돌고, (명씨가) '현황이 어떻느냐' 그래서 '지금 이런 상태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도를 전달했다"면서 "그리고 덩치를 보고, 저런 분이 어떻게 기관에 계시나 이런 생각을 잠시 했었던 기억은 있다"고 명씨를 기억했습니다.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6월 22일부터 스스로를 감금하고 파업에 참여했다. 총 31일 동안 '감금 투쟁'을 이어갔다.(사진=뉴시스)
박모 전 상무는 "F씨와 저녁을 먹다가 회사가 큰일이라고 하소연하니까, F씨가 창원 쪽에 발 넓은 사람 하나 있는데 만나보겠느냐고 해서 안 볼 이유가 없었다. 그때는 뭐라도 해야 했던 상황"이라며 "'(명씨가)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 그러길래 저희들이 만들어둔 배포용 설명자를 준 게 다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료는 명씨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F씨에게 메일로 보낸 걸로 기억한다"면서 "당시엔 그 분(명씨) 행색이 지금 언론에 나오듯이 뭐 그런 중량감 있는 사람으로는 안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박모 전 부장은 "제 기억으로는 (명씨에 대한) 소개도 없었고 그때 오셔가지고 인사만 손만 한 번 잡고 말았다. 유명하신 분이라 하길래 이것저것 엄청 많이 물어보실 줄 알았는데 말도 거의 없었다"면서 "그때 워낙 사태가 그러다 보니 지역 정가나 중앙과 관계돼 있는 기관, 아니면 정치 쪽에 계신 분들이 엄청 오셨다. 그런 부류 중의 한 분이시겠구나 생각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윤 대통령이 명씨로부터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관련한 보고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엄정 대응 방침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명씨에게도 같은 질문과 함께 반론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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