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한 경제지표에 비해 민생이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 국가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가 꺼낸 말입니다. '양호한 경제지표', 과연 그럴까요.
수출 역대 최대라는 자화자찬을 내놓더니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올해 3분기 수출은 뒷걸음질 쳤습니다. 전년보다 10.7% 증가한 3분기 수출 증가율로만 따지면 수출 호조세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최악의 수출 성적을 기록한 시기로 작년 마이너스로 인한 기저효과일 뿐입니다. 지난해 1분기 12.8% 급락 이후 2분기 -12.0%, 3분기에는 -9.7%로 초라한 성적을 이어간 바 있습니다.
5.8% 증가율을 기록한 2022년 3분기 때와 비교하면 1.0% 마이너스입니다. '깜짝 성장'은 허울일 뿐 되레 쪼그라들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전 정부 탓을 좋아하시니 한번 볼까요. 문 정권인 2년 전과 비교하면 올해 1분기 마이너스 5.8%입니다. 2분기 대비해서는 3.2% 빠진 초라한 성적에 불과합니다.
사상 최대라던 9월 성적도 15대 주력 품목 수출액인 463억 달러에서 반도체(136억 달러)와 자동차(55억 달러)를 제외하면 272억 달러 수준에 그칩니다. 이마저도 2년 전과 비교해 줄었습니다.
전체 수출의 78% 이상을 차지하는 15대 품목의 비중을 감안하면 반도체·자동차가 견인하는 제조업의 취약성이 드러납니다. 이런데도 수출 부진이 일시적 요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으니 민망할 지경이네요.
민생이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 국가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라고 했던가요. 어느 국가를 말하는 걸까요.
최근 10년간 한국 무역수지의 국가별 순위를 보면 2015·2016년 4위, 2017년 5위, 2018년 6위, 2019년 11위, 2020년 8위, 2021년에는 18위를 차지했으나 2022·2023년 각각 197위, 172위로 급락한 바 있습니다.
G20을 가셨으니 G20국가로 따져보겠습니다. 지난 정부의 집권 기간인 2022년 4월까지 2453억 달러의 5위 성적은 윤 정권 기간인 2022년 5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77억 달러로 10위권 밖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출이 내수 진작으로 연결되지 못해 추가 성장동력 창출에 실패한 데 기인한다", "수출과 내수 성장력 격차로 연결 통로가 끊어졌고 내수 자체의 취약한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 등 국정감사에서 거듭 지적된 배경과 무관치 않습니다.
그 양상은 결국 일자리 문제로 나타납니다. 고용률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저'라는 살갗이 현실과 다른 이유는 정규직 근로자가 3년 만에 14만명 줄고 임금근로자 4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배경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건설경기가 안 좋은 걸까요. 경제는 모든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질 낮은 일자리로 밀려나고 급한 불을 꺼보려 가계부채만 폭증하는 현실이 말해주고 있는 데, 출구전략은커녕 현 정부의 경제 지표는 허상 지표인가요.
전 경제부처 공무원을 영업사원으로 칭하더니 저울의 눈금을 속이는 장사치들을 닮아가는 것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현 정권의 경제상황을 보면, 각계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는데 하늘을 가린 손 등만을 얘기하고 있으니 무지일까요. 잔꾀일까요.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