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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128940)그룹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오너 일가 싸움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송영숙 회장 측(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일명 3자 연합)이 제기한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달 18일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형제 측) 역시 한미약품을 상대로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안건은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고,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안건이다. 현재 이사회가 3자 연합 대 형제 측 각각 4명과 5명으로 구성돼 있어 6대 5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이에 맞서 형제 측은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3자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대표와 신 회장의 이사 해임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았다. 적어도 2개의 임시 주총이 끝나야 이번 분쟁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 본사 모습.(사진=한미약품)
사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 주식 7.72%를 보유한 신 회장이 형제 측에 손을 들어주며 오너 일가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형제 측이 신 회장 몰래 그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 회장은 모녀 측으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도 모르게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형제 측은 다 잡은 고기를 놓치면서 또 다시 오너 일가 싸움을 촉발시켰다. 특히 형제 측이 새롭게 선임하려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박 부사장은 과거 한미헬스케어 대표 시절 실적 부진을 겪었고, 결국 한미사이언스에 흡수합병된 전례가 있다. 장 대표 또한 한미정밀화학을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오너 일가 싸움에서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약품의 미래다. 한미약품은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 신약을 통해 국내 제약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다졌으며, 1989년 로슈와 6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다. 이러한 한미약품의 위상이 오너 일가의 분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 차례 분쟁이 격화되던 시기에 주가는 26만4500원(8월5일 종가)까지 하락했으며, 향후 주가 하락이 다시 발생할 경우 상속세 마련을 위해 대출 담보로 제공된 오너 일가의 주식이 강제 매각되는 상황도 우려된다.
특히 올해 3분기 한미약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병원 영업일 감소와 중국 대홍수 등이 북경 한미약품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이 향후 연구개발(R&D) 등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2020년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기술이전 실적이 부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선택은 주주의 몫이다. 형제 측은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자본준비금 감액과 배당을 제안하며 유인책을 내세우고 있다. 당장 배당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는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이미지 하락에 대한 손실도 감당해야 된다. 한미약품은 분쟁을 빨리 종결하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될 시기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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