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갈 길 바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검사 연임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해병대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도맡은 공수처 1기 검사 4명에 대한 연임을 윤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는 겁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 검사 4명, 이달 27일 임기 만료
16일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입니다. 3차례 연임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임명된 공수처 1기 검사 가운데 4명의 임기가 27일 만료됩니다. 이날까지 윤 대통령이 임명을 해야 연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윤 대통령의 재가는 '감감무소식'입니다. 공수처는 지난 8월13일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 수사3부 송영선 검사, 최문정 검사에 대해 연임을 결정하고 대통령 재가를 요청했습니다.
이 가운데 수사 4부는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과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수사 3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설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댓글팀 운영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윤석열정부의 '아킬레스건'을 도맡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 재가가 없으면 정작 수사 핵심 검사들이 업무에서 자동으로 배제돼 수사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가 9월 3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정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적대는 윤 대통령…'수사 방해' 의심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 검사들의) 연임을 재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에 오동운 공수처장은 “연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재가를 하지 않는다면 관련 수사가 상당기간 중단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법조계는 지적합니다.
공수처 검사를 새로 뽑더라도 정식으로 선임하기 위해선 대통령 재가가 필요합니다. 이것도 몇 달이 걸리는 일입니다. 임기 만료 막판에 대통령이 재가를 한다 해도 문제가 많습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에 집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며 “연임이 된다 해도 수사력을 추스르고 집중력을 다시 모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공수처가 수사 중인 의혹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향하고 있는 만큼 공수처 검사 연임을 지연시켜 수사를 방해하면 인사권 남용”이라며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들의 연임을 즉시 재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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