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김영섭
KT(030200) 대표가 조직 슬림화를 추진합니다. 통신 케이블 설치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선로 분야, 도서산간에 무선 통신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 설비인 마이크로웨이브 분야 등 네트워크 인력을 신설 자회사로 이동하는 조직개편이 골자입니다. KT 본체는 인공지능(AI) 사업 중심으로 꾸리고, 네트워크 운용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세워 AICT 전환, 경영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번 KT 조직개편이 결국은 네트워크 인력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AI의 근간인 네트워크 경쟁력을 저해할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KT 이사회는 15일 현장 인력구조 혁신 방안을 논의, 자회사 KT OSP와 KT P&M(가칭)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610억원을 출자해 선로를 담당하는 KT OSP를, 100억원을 출자해 마이크로웨이브를 담당하는 KT P&M을 설립합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KT OSP는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 업무와 고객전송·개통·AS 업무를 담당합니다. KT P&M은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를 비롯해 도서지역 마이크로웨이브, 선박무선통신 운용·유지보수를 맡습니다.
KT OSP의 경우 기존에 관련 직무를 담당하던 4400명의 77%를, KT P&M의 경우 기존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420명의 90%를 선발해 전출할 예정입니다. 근속 10년 이상인 자는 전출 후 KT 기본급의 70%를 지급하고 기존 기본급과 차액의 3분의 2는 정년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해 일시금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동시에 170명 규모의 고객민원 업무는
KTis(058860)와
KTcs(058850)로 이관합니다. 이들은 전출 시 KT 기본급의 50%로 기본급이 줄어듭니다. 이를 보전하기 위한 일시금은 지급됩니다. 자회사로 전출을 원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특별 희망퇴직 신청도 받습니다.
KT 관계자는 "AI로 집중을 위해 인력구조 혁신을 추진하게 됐다"며 "경쟁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업의 인력 구조 혁신은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KT 조직개편 반대 기자회견이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회사측 설명에도 내부 반발은 거셉니다. KT노동조합은 일방적인 조직개편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노조와 조정이 안된 사안으로 회사와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KT노동조합은 "고용불안뿐 아니라 근로조건이 후퇴한 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는 16일 오후 광화문 사옥 앞에서 조합간부 300여명이 모여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KT새노조는 비용절감을 위해 인프라 전문 직군 분사에 나선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KT새노조는 "기간통신망 분야 필수 업무를 자회사로 이관시키는 행태"라며 "비용절감을 위해 인프라 전문 직군 일자리를 값싼 일자리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기간통신사업자인 KT 네트워크는 국가 신경망과 같다"며 "네트워크 인력 분사가 아니라 전문 인력을 뽑고, 여기에 미래 먹거리를 앉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네트워크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노상규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 의장은 "2018년 KT 아현 화재 당시 통신선을 새로 설치할 직원들이 없어 인력을 보강한다고 했는데, 6년만에 인력 감축을 얘기하고 있다"며 "결국 불편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도 사측에 반대한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아현 화재사건 이후 겨우 인프라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는데, 이번 계획을 막지 못하면 또 한 번 통신대란을 맞게 될 것"이라며 "과방위 위원으로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해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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