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내 통신업계 1, 2위 사업자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가 기존 전통 사업군인 유무선 통신 분야 정체를 탈피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I 분야에 잇단 대규모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면에는 인원감축 요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SKT는 정년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를 가동했습니다. 넥스트 커리어는 SKT에 원래 있던 퇴직 프로그램이지만, 퇴직금 규모 확대와 더불어 공교로운 가동 시기에 눈길이 쏠립니다. KT의 경우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인력 재배치 및 특별희망퇴직이 주요 골자인 ‘현장 인력구조 혁신방안’ 안건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인 셈입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SKT·KT같은 형태의 구조조정은 없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불필요한 비용 감축 등을 통한 긴축 경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업계 안팎에선 SKT·KT의 구조조정이 AI 분야에 대한 막대한 대규모 투자와 무관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입니다.
실제로 KT는 작년 6월에 2027년까지 AI 분야에 7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당시 2025년까지 연 1조3000억원 수준의 매출 달성 목표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2조4000억원을 AI 분야에 공동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T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밝힌 AI 투자 금액을 단순 합산하면 약 10조원에 달합니다. MS와의 공동 투자 금액 2조4000억원과 작년에 발표한 7조원 투입 시기가 일부 겹치는데요. 때문에 7조원에 공동 투자 금액이 일부 포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 보수적으로 투자 규모를 7조원으로 본다 해도, KT 현금성 자산 3조7867억원(8월 반기보고서)에 1.84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더군다나 KT에서 AI 사업을 영위하는 ICT 사업부문 매출 비중은 2020년(64%)→2021년(63%)→2022년(59.4%)→2023년(58.3%) 지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SKT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밝힌 AI 분야 투자 금액은 약 3억달러(약 4200억원)입니다. SKT는 △미국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 1억달러(1000억원)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기업 ‘람다’ 2000만달러(270억원) △AI 검색엔진 ‘퍼플렉시티’ 1000만달러(135억원) △미국 AI 데이터센터 통합솔루션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SGH) 2억달러(27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9~2023년 AI 관련 투자 비중을 12%로 잡았는데, 최근에는 2024~2028년 33%로 3배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SKT의 지난 8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은 1조5735억원으로 AI 분야 투자 규모는 절반 가깝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SKT는 AI 분야에 투자해오고 있지만 사업보고서에서 AI에서 매출 발생 현황은 알 수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AI에 대한 통신사들의 무리한 투자가 인력 감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AI 기술 진척도가 가장 빠른 곳이 네이버인데 이곳에서조차도 AI 분야에서 수익을 못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AI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인해 통신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SKT와 KT가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정보 기술기업)마저도 투자의 성과에는 아직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입니다. 월가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이 AI 인프라에 과도하게 투자했던 자금을 어떻게 수익화 할 것인가를 깊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PGT)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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