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 올라섰다”, 즉 전 세계적으로 주류가 되고 중심이 되었다거나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표현들이 쓰이고 있다. 이 표현들은 문학들 간의, 혹은 문화들 간의 경쟁을 전제한다. 그런데 문학들 간의 경쟁이란 무엇일까? 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다른 문화를 절멸시키는, 혹은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식으로 벌어지는, 그런 경쟁은 아닐 것이다. 많은 논증 없이도 정당화할 수 있는 역사주의적 명제에 따르면, 모든 문명, 모든 문화, 모든 민족, 한 시공간 속 한 인간의 집단은 저마다의 조건에 처하여 저마다의 문제에 맞닥뜨려서는 그 문제를 풀어낸 그 결과물로서 살아가고 있다. 서로가 처한 조건이 너무나도 상이하기 때문에 제기되는 문제도, 내놓아지는 답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분명 어떤 답들은 다른 답에 비해 더 매력적이고 더 참고할 만하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같은 보편적인 질문들에 대한 여러 가지 답들 중에서 그 중 어떤 것이 전 세계적으로 선호되는 현상은 흔히 관찰할 수 있다.
다른 한 편 우리는 때로 다른 집단이 풀기 위해 노력했던 문제 자체에 대해 깨우치고 그것 자체를 나름대로 고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누가 통치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문제는 보편적이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즉 정치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제기한 것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처음이었다. 물론 그들이 그런 문제들을 제기했던 데는 그들이 처했던 그 당시 지정학적, 경제적, 문화적 조건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우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연히 제기된 그 문제와 우연히 답으로 떠오른 “인민의 통치”, 즉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인들과 같은 시공간을 살지 않았던 지구상의 모든 이에게도 널리 받아들여져 있다. 즉 민주주의 없이도 수천 년 간 훌륭한 문화를 일구며 살아온 인간 집단들조차 이제는 이를 반드시 제기하고 풀어야 할 문제로 인정하고 민주주의를 가장 올바른 답으로 완성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문학들 혹은 문화들 간의 경쟁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바로 누가 자신의 문제를 모든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 설득하고 거기에 매력적인 하나의 답을 인류 전체에게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경쟁일 것이다.
수상자 한강이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은 답이라기보다는 질문이라고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수상자 선정 발표에서처럼, 작가로서 그가 가진 탁월함이란 그러한 질문을 개인적이고 사적인 체험들로부터 뿐 아니라 한국인들이 최근 수십 년 간 겪어왔던 역사적 사건들과 연결 짓는 그 감각과 시야에 있을 것이다. 마침내 그의 작품이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것은, 그의 던진 질문, 즉 문제가 세계 사람들 중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그리고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한강에게서 어떤 풀어야 할 문제를 본 것일까?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의 과제는 한강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의식적으로 던진, 혹은 우리가 마주친 문제란 무엇인지, 우리의 어떤 역사와 경험이, 어떤 모습과 삶의 방식이 그러한 문제를 낳았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 문제를 풂으로써 우리는 여기에 도달하였고, 이제 인류는 그 문제를 풀며 어디론가 가게 될 것이다.
노경호 독일 본대학 철학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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