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피해주택 중 불법건축물은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개정법률에 따라 피해주택 매입을 소급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실제 매입 물량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다음달 11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별법이 피해자 인정요건이 엄격하고 대출 지원에 치우쳐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특별법 시행 1년2개월여 만에 다시 개정안이 나온 겁니다.
개정안에선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매입범위를 확대하고 공공임대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물 일부를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 변경한 피해주택들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뒀습니다. 불법건축물은 그동안 경매나 매입이 어려워 피해 구제의 사각지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을 통해 LH 매입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국토교통부는 개정안 시행 이전에도 피해자들이 불법건축물에 대한 매입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전세사기 피해주택 가운데 불법건축물은 1400여가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토부가 이연희 민주당 의원실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주택 1만8789가구(7월5일 기준) 중 불법건축물은 1389가구로, 전체의 7.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LH 재정·인력 여력 점검해야”
문제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매입 물량입니다. 전세사기 전국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피해주택 매입 목표는 5000호였는데, 현재까지 매입이 예정된 누적건수는 119건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내년 매입 목표는 기존 5000호에서 7500호로 규모가 상향됐습니다. 기존 피해주택 매입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매입 대상에 불법건축물이 포함된다 해도 실제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철빈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내년부터는 정부가 본격적인 피해주택 매입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LH 매입 이후에 피해자들이 퇴거하는 경우 개정안에 따라 경매차익을 지급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매입 현황을 보면 국토부와 LH에 매입을 위한 재정적 여력이 충분한지, 다른 주거약자를 위한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전용해야 하는 우려는 없는지 불확실하다”며 “실제 개정안 시행에 있어 필요한 예산과 인력 등에 대한 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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