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배구조 점검)②'모범관행' 첫 시험대
금감원 가이드라인 맞춰…'내부통제 능력' CEO 연임 변수
2024-09-19 06:00:00 2024-09-19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횡령·배임,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운데 '지배구조(G)' 항목에 영향을 끼칩니다. ESG기관이 평가하는 지배구조 항목은 상법상 이사와 감사의 의무 및 주주의 권리 관련 규정과 관련이 있는데요. 이 중 부패방지와 감사기구, 내부통제 항목까지 포괄적 의미가 더해집니다.
 
내부통제 관리 능력은 최고경영자(CEO) 거취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금융사고로 내홍을 겪은 은행의 경우 경영진까지 내부통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요. 임기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은행장들은 연임 여부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농협, 대형 금융사고 발목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은 오는 12월31일 일제히 임기가 만료됩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정상혁 행장을 비롯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 CEO 승계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도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은행 CEO 선출을 위한 이사회 내 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실적 등 성과를 기본적으로 평가하되 최근 주목도가 높아진 '내부통제'도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전임 행장의 임기를 이어받아 짧은 기간에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지만 연이어 터진 횡령·부당대출 사고의 책임소지가 뒤따릅니다. 특히 당국은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성과는 좋으지만 횡령 등 금융사고가 연임에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면서 "중대 사고와 관련한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부담입니다. 1년 연임 임기를 추가로 받은 이재근 국민은행장도 잇따른 배임사고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주요 금융사의 실적이 일제히 좋은 편이기 때문에 내부통제나 미래 전략 등 다양한 요소들이 CEO 평가에 작용할 것으로 본다"라며 "이에 전통적으로 은행 CEO는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인사가 우위에 있지만 모범관행이 바뀐 첫 사례인 만큼 변수가 있을 수 있고 지주 회장은 또 다른 차원으로 지켜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올해말 CEO 인사는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사례로 지주사와 은행 CEO는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은행권 논의를 거쳐 수립한 원칙을 바탕으로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은행들이 모범관행에 적시된 원칙을 지키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5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정상혁 신한은행장·이승열 하나은행장·조병규 우리은행장·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각 사)
 
당국 가이드라인 변수
 
그간 금융권에 CEO승계 관련 형식적인 계획은 있으나, 상당한 은행들이 승계절차 개시시점, 평가기준 및 후보군 압축방식 등 중요사항을 문서화하지 않고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또 후보군 선정시 경영승계 1~2년전에 유력 후보를 선발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은행은 평가나 검증기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금감원은 은행장 선임시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후보군 현황이나 선임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도록 했습니다. 또 CEO승계계획의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 사전에 문서화하고, CEO자격과 평가요건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CEO 유고시 비상승계 요건 등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금감원은 외부평가기관이나 외부전문가 등 평가주체를 다양하게 해 공정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는데요. 외부후보군을 포함할 시 추천경로나 추천자 등을 명확히 하도록 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나쁘지 않은 경영 실적을 거뒀으나, 잇달아 터진 대형 금융사고에 금감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공언한 만큼 모범 관행 원칙론에 따라 내부통제 능력치가 연임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상 내년 은행장 대거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가운데 임기 내 경영성과 뿐만 아니라 횡령·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문제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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