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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6일 17:0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IT·플랫폼 기업들이 오너 리스크 등 각종 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수장을 여성으로 교체하고, 경영 쇄신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카카오(035720)는 정신아 대표,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한글과컴퓨터는 김연수 대표를 기용하면서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여성 대표 취임 이후 이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성과와 과제를 살펴보고, 하반기 사업 방향과 경영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김연수
한글과컴퓨터(030520) 대표가 올해를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고, 인공지능(AI) 솔루션 도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기존 라이프케어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AI 사업 시너지를 위한 M&A에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아버지 김상철 한컴 그룹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남아 있는 가운데 김 대표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한컴위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위주로 자회사 포트폴리오 구축해 사업 개편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는 올해 상반기 매출 1451억원, 영업이익 26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매출 1203억원, 영업이익 207억원보다 각각 20.69%, 26.80%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17.24%에서 올해 상반기 18.11%로 증가했다.
앞서 김연수 대표가 취임했던 지난 2021년부터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띈다. 매출은 2021년 2417억원에서 2022년 2420억원, 지난해 271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른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 -39.77%에서 2022년 0.11%, 지난해 12.02%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한글 2010·클라우드 등 오피스 소프트웨어(SW) 서비스 사업은 지난해 상반기 75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15억원으로 매출이 증가했고, 소방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한컴라이프케어 부문 매출도 지난해 상반기 45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99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지속해 온 김 대표는 올해부터 AI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전망이다. AI 위주로 M&A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한컴라이프케어는 연내 매각할 계획이다. 한컴라이프케어 매각가는 16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향후 AI M&A 비용에 사용할 계획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한컴MDS의 지분 32.21%를 플레이그램에 950억원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해당 금액으로 올해 4~5곳 투자 금액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지난해 말 생성형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해 40억원을 내고 1만3094주(4.09%)를 매입했다. 포티투마루가 보유한 거대언어모델(LLM) 기술을 결합해 한글 문서를 학습시키고 다양한 AI 기술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초에는 데이터 시각화 기업 한컴이노스트림(구 클립소프트) 지분 66.90%를 194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한컴이노스트림은 지난 6월엔 로고스데이터를 합병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시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5월엔 스페인 AI 생체 보안 기술 기업 페이스피 지분 7%를 500만유로(한화 약 71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독점사업권을 확보해 글로벌 진출 토대도 다졌다.
아울러 김 대표는 큰 매출을 차지하던 한컴라이프케어를 매각하면서 AI를 접목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승부수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연구개발비도 늘려 왔다. 2021년 188억원에서 2022년 200억원, 지난해 202억원으로 3년간 60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입했다.
실제로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질의응답 솔루션 ‘한컴피디아’, 그리고 AI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 ‘한컴어시스턴트’ 등 AI 제품군을 확대해 수익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한컴독스 AI도 오픈베타테스트(OBT:Open Beta Test)를 완료하고 오는 9월 출시할 계획이다. 경기도청과 한국전력 등 기업간거래(B2B)를 기업간정부(B2G) 서비스도 확대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실적 토대를 확보하게 됐다. 기술 재료를 모듈화한 한컴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도 제공해 국내외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한컴MDS테크를 큰 규모를 매각하면서 그 자금으로 올해만 (AI 관련 기업) 3~4건을 투자나 인수하는데 사용했다. 라이프케어 같은 경우에도 매각이 잘 되면 그런 전략으로 활용을 할 계획”이라며 “M&A라는 키워드는 동일해도 이제는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고, 예전에는 국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유럽을 비롯해 해외 기업도 투자해 현지 기업의 인프라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수 대표이사 (사진=한글과컴퓨터)
한컴위드 지배력 강화에 김 대표·변성준 대표와 사내이사 선임
한글과컴퓨터를 글로벌 AI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김연수 대표는 최대주주인 한컴위드에서 의사 결정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김상철 한컴 그룹 회장이 한컴위드에서 여전히 가장 큰 지배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 외에도 의사 결정에 다소 제재가 가해질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한글과컴퓨터의 최대주주로 지주사 격인 한컴위드에 대한 김 회장의 막대한 지배력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컴위드는 한글과컴퓨터 최대주주로 지분 21.52%를 갖고 있다. 여전히 김상철 회장은 아직 한컴위드 지분 15.77%를 보유하고 있고, 장녀인 김수연 대표는 지분 9.07%를 갖고 있어서 한컴위드 2대 주주에 올라 있어 김 회장이 그룹 지배력 측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김 회장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는 아버지 대신 경영 일선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있다. 앞서 김상철 회장은 암호화폐 운용사 '아로와나토큰'을 인수했는데, 96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고, 차남 김 모씨(35)도 관련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김 회장 일가로 인해 실질적인 경영에는 문제나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시사했다.
당분간 한컴위드 지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대표는 새로운 사내이사로 올라 한컴위드에서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방안이다. 오는 27일 한컴위드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김연수 대표와 변성준 한글과컴퓨터 각자대표를 한컴위드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또한 텐센트 한국 투자를 총괄한 남순규 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한컴위드가 한컴 그룹 최상단에 있기는 하지만, 지주사 역할을 하기보다 각 사 대표(CEO) 체제이기 때문에 경영 쪽으로는 크게 관여하진 않는다"라면서 "다만, 최근 사법 리스크와 별개로 내부 살림에 정통한 김 대표님과 같은 분들을 사내 이사로 포함시켜 경영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주도해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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