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수입 전기차 대부분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인천 청라동에서 전소된 메르세데스-벤츠 EQE가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안정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았던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국내 출시되는 폴스타 4에는 중국 CATL의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됐습니다.
폴스타 4.(사진=폴스타)
폴스타 4는 폴스타 2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 선보이는 신모델로 오는 10월부터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폴스타 4는 중국 청두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이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입니다. 또 하반기 출시 예정인 로터스의 '엘레트라'와 벤츠의 G클래스 전기차 모델 'G580'도 CATL 배터리가 적용됐습니다. 포르쉐가 올해 안에 국내 출시 예정인 마칸 일렉트릭도 CATL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업계에선 삼원계 배터리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의 배터리가 검증 없이 수입차에 장착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는데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LFP 배터리에 이어 삼원계 배터리 공급을 늘리면서 이를 탑재한 전기차도 증가 추세입니다. 중국산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지만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우려가 따릅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됐거나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중국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모두 수입차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과 BYD를 중심으로 중국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선 경쟁력이 높지만 K-배터리의 강점인 삼원계 배터리에서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배터리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은 한국에서 배터리 제조사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재로선 수억원대 차량에 검증되지 않은 저가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로터스 전기 SUV '엘레트라'.(사진=로터스자동차코리아)
반대
현대차(005380)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 벤츠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기로 했는데요. 현대차·
기아(000270)의 경우 제원에 배터리 제조사를 직접 표시하진 않지만 고객 문의가 오면 제조사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는 레이 EV, 니로, 코나 일렉트릭 등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등 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KG모빌리티(003620) 역시 토레스 EV 출시 전부터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사실을 밝혀왔습니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사실상 현지 판매 법인이라 차량 제조와 관련된 이 부분을 직접 결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럽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해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입니다. 배터리 정보 공개 여부에 따라 구매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벤츠 화재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가로막혀 있는 만큼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중국 자본이 최대주주로 있는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중국산 이미지 타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화재 사고가 난 벤츠처럼 유럽지역 자동차 업체들은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또는 중국 자본이 투입돼 있는 관계 등으로 중국산 배터리를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기차 화재 원인은 복합적인데 배터리의 안전 문제만 부각되면 자칫 '배터리 불신론'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산 배터리뿐만 아니라 국내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도 화재가 나는 만큼 배터리 제조업체 공개가 전기차 화재 예방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죠. 오히려 배터리 기술이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만큼 화재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속주행 중 발생하는 사고까지 예방하려면 안전도 기준을 몇 배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차량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1회 충전 주행거리에 손해를 보더라도 완충 비율을 85% 내외로 낮추고 완속 충전을 습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과충전방지 기능 없이 보조금 정책에만 맞춘 충전기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며 "최소한 실제 차량을 이용한 과충전방지 기능 시험성적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방법만이라도 당장 실시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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