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8월
28일 이동관 위원장 취임 후 숱하게 제기된
‘방송 장악
’ 의혹은 김홍일 위원장과 이진숙 위원장을 거치면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 의결로 정점을 찍는 모습입니다
.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 지난 1년여간 방통위는 파행에 파행을 거듭합니다.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치됐지만, 정쟁의 블랙홀 속 국민의 피해만 오롯이 늘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3차례의 탄핵 카드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고 ‘방송 장악’ 시도를 막겠다는 야당의 주장은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통령 추천 몫 ‘2인 체제’로 민감한 방송 관련 현안 의결이 강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지난해 추천한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현 민주당 의원·과방위원장)를 7개월 간이나 임명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의 알 수 없는 속내도 의심이 더해지는 대목입니다.
반면, 여당은 이러한 ‘2인 체제’의 원인이 야당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2인 체제’ 의결에 위법성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야당이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이러한 사태가 초래됐다는 주장입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라는 일련의 단추를 끼운 상태에서 여당은 ‘5인 합의제’ 기구 원복을 위해 국회 몫 상임위원 추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반해 ‘방송 장악’ 시도를 끝까지 막겠다는 입장의 야당은 방통위 여권 우위 구도 속 일방적인 의결 강행의 제동 장치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상임위원 추천을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렇듯 여야 강 대 강 샅바싸움으로 방통위 정상화는 요원해진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방통위는 이용자 보호라는 사명도, 5인 합의제 기구라는 법 취지 모두 살리지 못한 채 얼룩진 정쟁으로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방통위를 둘러싼 ‘방송 장악’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고 있는 해묵은 정쟁 소재입니다. ‘내가 하면 방송 정상화, 남이 하면 방송 장악’이라는 내로남불은 여당과 야당의 입장만 바뀌었을 뿐 매번 반복돼 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러한 소모적인 정쟁이 지속돼선 안됩니다. 방송뿐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 정책 등의 민생 문제가 정쟁의 희생양이 돼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정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공공성을 강화할 제도적 기틀 마련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방통위는 정권의 승리에 따른 전리품이 아닙니다. 이에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정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벗어날 독립적 기구로의 변화도 시급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걸음 만이 방통위를 구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배덕훈 테크지식산업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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