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00조원 규모의 원전 시장을 위해 장기 진흥 정책을 준비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1000조원 원전 시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에너지 정책 분야의 권위있는 기관인 IEA의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원전은 현재 413GW에서 812GW로 설비 용량이 늘어난다. 투자도 증가하여 2030년에는 매년 140조원, 2050년에는 매년 100조원 수준으로 IEA는 전망한다. 합하면 2050년까지 2800조원 규모의 신규 대형 원전시장이다. 발전소는 유지보수도 중요하고, 원전의 유지보수 시장이 신규 투자액 규모와 같다고 가정하면 5600조원 시장이다. 장기 추정의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정부가 제시한 2050년까지의 신규 원전 1000조원 수주 목표는 고려해 볼만 하다.
체코 원전의 1기당 공사 규모는 10조원이다. 향후 1000조원을 수주하려면 대형 원전 100기 건설 혹은 50기의 건설+유지보수 계약을 따면 된다. 후자라고 보면 25년간 매년 2기씩 신규 수주+유지보수 계약을 따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따져 볼 게 많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원전 시장이 확대될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 시장과 비교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중동과 동유럽 원전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처럼 향후 원전 신규 설치가 집중되거나 미국처럼 노후 원전 교체 수요가 많은 시장은 접근이 어렵다. 중동과 동유럽 원전 수요로 향후 50기의 대형 원전 건설과 유지보수 수주를 기대할 수 있을까?
IEA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가 원전의 10배 이상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은 매년 1TW, 풍력은 200GW가 설치되고, 각각 1000조원, 500조원의 신규 수주 규모이다. 유지보수 시장은 태양광은 신규수주의 30%, 풍력은 신규수주의 100% 정도이다. 정리하면, 태양광과 풍력만 봐도 각각 매년 1300조원과 1000조원 시장이 예상되고, 2050년까지는 누적해서 대략 5.2경원의 시장 규모로서 원전의 9배 이상이다.
다양한 반론들이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시장은 중국이 차지하고, 단가 하락으로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거라는 반론이 있다. 향후 신규 원전 건설은 중국과 인도에 집중되고 그 외 시장은 제한적이며, 심지어 재생에너지와 ESS의 가격 하락으로 중국과 인도에서도 신규 원전은 많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2050년까지 전체 원전 시장 기대치인 5600조원의 18%를 차지하여 1000조원 시장을 노리자는 전략에 대해 재생에너지 시장 기대치인 52000조원의 2%만 차지해도 동일한 1000조원 규모라는 전략이 충돌한다. 근거 있는 반론들이 많고 더 많은 토의가 필요하다.
1000조원의 원전시장만 가시권에 있다고 보면 안 된다. 재생에너지 신규 발주의 5%만 가져와도 2500조원 시장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기술 발전 속도와 사건 사고로 인한 추가 규제, 경제 상황 등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원전 시장의 18%는 할만하고 재생에너지 시장의 5%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원자력 산업의 진흥을 위해 지원 정책을 세우고, 그 근거로 미래 시장 규모를 고려한다면, 같은 잣대로 다른 산업의 미래 시장 규모와 가능성도 공정하게 평가하고 따져야 한다. K-원전이 40년의 노력으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었다면, K-재생에너지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의 여건이 40년전 원전 도입기의 여건보다 더 열악하지는 않다.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를 한 한국 양궁의 힘은 공정한 선발과 투명한 경쟁, 지속적인 지원의 3박자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 교훈을 잘 살려야 한다.
권효재 COR 페북그룹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