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이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4위로 마무리한 전훈영을 격려했습니다.
4일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3일 경기가 끝난 직후 전훈영을 찾아와 격려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여자 양궁 개인전 시상식 직후 남수현(왼쪽 첫째), 전훈영(오른쪽 둘째), 임시현(오른쪽 첫째)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사진=대한양궁협회)
개인전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끈 전훈영에게 정 회장은 감사의 뜻을 전달했는데요.
1994년생인 전훈영은 만 서른 살의 나이로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습니다. 4년 전 도쿄가 첫 올림픽이 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올림픽이 1년 뒤로 밀렸고 다시 실시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습니다.
2014년 세계대학선수권대회 2관왕 이후 국제 대회 수상 이력이 없던 전훈영은 지난 4월 국가대표 선수단에 승선했습니다. 같이 뽑힌 2003년생 임시현, 2005년생 남수현과는 10살 안팎 터울이 나는 언니였는데요. 이들 역시 올림픽 첫 출전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전훈영은 언니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으며 동생들을 살뜰히 챙겼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에 도착해 선수단 숙소를 정할 때였습니다. 숙소가 2인 1실로 돼 있어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만 했습니다.
한국식 '방장, 방졸' 문화와 비춰보면 맏언니가 막내와 같은 방을 써야 하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전훈영이 먼저 손을 들고 "탁구 선수와 방을 함께 쓰겠다"고 했습니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첫 올림픽인 후배들을 위해서였죠.
경기장 안에서도 전훈영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습니다. 활을 빠르게 쏘기 때문에 단체전 1번 주자로 나섰습니다. 양궁 단체전에선 세트당 120초가 주어지는데 선수 3명이 120초 안에 각 2발씩 총 6발을 쏴야 합니다. 첫 주자가 활을 빨리 쏘면 두 번째, 세 번째 선수는 그만큼 시간 여유를 갖죠.
지난달 28일 중국과의 여자 단체 결승전에선 5차례나 10점을 쐈습니다. 특히 연장 승부 결정전(슛오프)에서도 10점을 쏘면서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개인전에서도 전훈영은 4강에서 금메달리스트 임시현과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접전(4-6)을 벌였습니다.
코칭스태프에 따르면 전훈영의 성격은 예민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털털한 편이라고 합니다. 단체전 때에는 가끔씩 엉뚱한 농담을 던지면서 동생들의 긴장을 풀어줬습니다.
개인전이 열린 3일 낮에도 전훈영은 임시현에게 장난을 걸며 앵발리드 경기장으로 함께 걸어 들어갔는데요. 경기 결과에 따라 4강전에서 맞붙을 수 있는 상대였지만 대표팀 동료이자 맏언니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전훈영은 이날 취재진과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양궁 대표팀을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며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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