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19일의 국회 청문회에서 이상한 발언을 했다. 작년 9월에 그가 사의를 표명한 이유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께서 저를 탄핵시키겠다고 언론에다가 브리핑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작년 7월 13일의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우리(해병대) 4성 장군 탄생하잖아. 이번에 국방장관 추천했는데 우리 꺼 될거야”라고 말한 건 헛소리라는 주장이다. 이상한 주장이다.
민주당이 작년에 이종섭 장관을 탄핵하기로 한 당론을 논의한 때는 9월 12일 의원총회다. 이를 예상한 이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지만 정작 12일 민주당 의총은 안보 공백 우려 때문에 이 장관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지 못했다. 그 이튿날인 13일에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 대한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재차 14일 의총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실제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은 추진된 적이 없다.
한 가지 묻겠다. 윤석열 정부가 단지 야당이 탄핵을 말했다는 것만으로 장관을 탄핵할 정권인가.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실제 탄핵을 당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어 지금까지도 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제부터 이 정권이 그렇게 야당 말을 잘 들었다는 건가. 게다가 이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훨씬 이전인 9월 5일에 국내 언론은 일제히 이미 발표된 대통령 안보실 임종득 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 교체에 이어 국방부 장관도 곧 교체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후임으로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렇게 보면 이종섭 전 장관은 자신의 사의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실이 이미 교체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바로 이종호 씨다. 그는 채 해병 사망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국방 장관 교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종호 씨는 해병대 4성 장군 탄생을 “내년(2024년)에 발표할 것”이라고 작년 8월 9일에 김규현 변호사에게 말했다. 올해 7월 18일에 공수처에 출석하기에 앞서 이종호 씨는 작년에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호중 씨가 보내 준 기사 링크를 검색해 보고 한 말이라고 둘러댔다. 그런데 작년 어느 언론도 이런 기사를 보도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이 씨는 그때 송 씨가 보내준 메시지를 삭제해서 그 기사 링크를 찾을 수 없다고 또 둘러댔다. 더 이상하지 않나.
이상한 대목은 더 있다. 이 씨는 송 씨가 임성근 사단장에게 작년 사표를 내지 말라고 했다며 송 씨가 임 사단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이 씨에게도 전달했다고 했다. 이 씨는 김규현 변호사에게 그 문자 내용을 말해주었을 뿐인데, 지금 그 문자 메시지는 삭제되고 없다는 거다. 그러다가 송 씨가 다시 그 문자 메시지를 복원해야 한다며 이 씨 자신에게 연락이 왔다는 건데, 이런 대화가 지금 왜 나온 걸까? 임 사단장을 응원하던 두 사람이 임 사단장에게 사표 내지 말고 잘 버티라고 한 건 공개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임 사단장 사표를 만류한 주체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임 사단장의 외사촌 동생인 광주 지검의 박철근 검사의 증언은 더 의미심장하다. 박 검사는 “형(임성근)은 사직하려고 했는데 (누군가) 만류했다”며, 왜 만류했는지는 “나도 형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권력의 상당 위치에 있는 인물이 만류한 것 아닌가? 그 지워진 메시지에 이 모든 소동을 일으킨 범인이 있는 것 아닌가?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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