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캐피탈사들이 동남아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 시장 등 캐피탈의 전통 사업 영역을 잠식해 나가면서 생존을 위한 결단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차(005380))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동남아시아 진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정형진 대표가 취임한 이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데요. 현대캐피탈은 캐피탈 업계 최초로 전자지급결제 대행업과 결제대금 예치업 허가를 획득했습니다.
이를 통해 신용카드보다 현금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인도네시아 현지의 여신전문금융사인 '파라미트라 멀티파이낸스(Paramitra Multifinance)'를 인수하고, 현재는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동남아시아 생산과 판매 거점이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라며 "전속금융사로서 자동차 판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본격적인 인도네시아 진출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 현지 법인을 둔 하나캐피탈은
하나금융지주(086790)의 해외 인프라를 기반으로 현지 주주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고차 할부, 리테일 자산을 외부 모바일 플랫폼과 제휴해 현지 온라인 영업 전략을 구축 중입니다.
KB캐피탈의 경우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KB캐피탈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순인도파이낸스(PT.Sunindo Kookmin Best Finance) 현지법인 관리 강화 및 기업신용평가 취득과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국제표준 개인정보보호 경영시스템을 현지 정보보안 관리 강화 목적으로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캐피탈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카드사들이 캐피탈사의 주요 수입원이던 자동차 할부업에 진출하면서 신시장 개척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할부금융자산은 9조6161억원에 달합니다. 고금리 여파로 올해는 성장세가 조금 꺾이긴 했지만 지난 2013년 1조2143억원에서 2021년 9조7664억원, 2022년 10조6909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캐피탈사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동남아를 점찍은 이유는 금융 블루오션이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31%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2억7753만 명에 달하는 인구에 비해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이 좋지 않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카드사가 캐피탈사의 주요 먹거리인 자동차 할부업에 진출하며 캐피탈사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신 시장 진출을 위해 최근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캐피탈사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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