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류희림 위원장 체제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식 회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5기 방심위는 그간 류 위원장을 둘러싼 청부 민원 의혹을 필두로 소위 입틀막 규칙 개정, 정치 심의 비판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데요. 류 위원장은 마지막 회의에서조차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방심위 안팎에서는 류 위원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 향후 6기 방심위 구성에 혼란과 진통이 예상됩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16일 방심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마지막 전체회의를 끝으로 류 위원장 체제의 5기 방심위는 사실상 임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류 위원장은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그간 해당 의혹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류 위원장이 끝내 입을 열지 않은 것입니다.
방심위 직원들도 이를 비판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 지부는 이날 회의장 밖에서 “가족과 지인 민원사주 의혹이 보도되고 직원들 149명이 권익위에 집단 신고했을 때 국민에게 사죄하고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한다”라며 “200명 넘는 직원들은 오늘만을 기다려왔다. 제발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처럼 류 위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현재진행형’임에도 방심위 안팎에선 연임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또한 통상 보궐 임기로 들어온 위원들이 연임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연임설에 무게도 실립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한 정민영 전 방심위원장의 후임으로 위촉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방심위 노조는 성명을 통해 “슬픈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지만, 류희림이 방심위원장으로 연임될 가능성이 있다는 풍문이 사실이라면 이미 난장판이 된 대한민국 언론자유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퇴행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방심위 내부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 구조처럼 6기 방심위가 류 위원장의 연임을 비롯한 기형적 체제로 출범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방심위는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3인(여2·야1), 국회 소관 상임위 3인(여1·야2)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하게 돼 있는데요. 방통위라는 전례가 있는 만큼 방심위도 대통령 추천 몫 3인으로만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또한 야권 추천 몫 위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수개월째 위촉하지 않은 점도 두 위원회가 같습니다.
이와 관련 김유진 방심위원은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류희림 위원장을 연임시킨다는 건 지금처럼 권력 비판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류 위원장이 연임하는 순간 방심위의 정상화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은 특히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서 심의를 하라고 만든 민간 독립 기구인 방심위가 제도를 악용해 언론 통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는데요. 국회 차원에서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위원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서 심의를 하라고 부여한 지위를 언론 통제를 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으로 악용을 했는데, 방심위원장의 독단을 견제할 만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방심위 위원 구성이나 위원장에 대한 규정이 근본적으로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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