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신한카드가 핀테크 기업의 특허를 침해해 비판 받아온 마이송금서비스를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저조한 이용률을 철수 배경으로 꼽았지만 '기술 탈취 기업'이라는 꼬리표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서비스는 계좌에 잔액 없이 신용카드로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한 기능인데,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과 5년째 특허 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2심까지 패소했습니다.
마이송금서비스, 9월말 중단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오는 9월 30일부로 마이송금서비스를 종료합니다. 마이송금서비스는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한 기능입니다. 마이송금서비스는 지난 2019년 4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이후 그해 10월부터 5년간 운영됐습니다.
신한카드가 밝힌 서비스 종료 원인은 저조한 이용률입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용 활성화가 되지 않아 해당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추후 서비스 업그레이드나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를 낼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신한카드는 문동권 사장 선임 이후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지속적으로 정리하면서 내실 경영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금융권 1호 NFT 서비스를 종료했고, 지난 2017년 선보였던 ‘고음파 기반’ 택시결제 서비스도 종료했습니다.
신한카드와 팍스모네는 지난 2019년부터 기술침해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신한카드의 마이송금서비스.(사진=뉴스토마토)
무엇보다 핀테크 기업인 팍스모네의 송금 서비스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계속되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됩니다. 신한카드가 마이송금서비스를 출시하면서부터 특허 침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팍스모네가 특허 출원한 기술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팍스모네는 지난 2007년 11월 신한카드의 '마이송금 서비스'보다 먼저 '금융거래방법과 금융거래시스템'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신용카드간 P2P(이용자끼리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 지급결제 구조를 통해 통장 잔고 없이 신용카드로 상대방 카드로 이체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 특허는 미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도 등록됐습니다.
다만 특허권 출원 당시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서비스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팍스모네가 서비스 사업화를 위해 매진하는 사이 신한카드가 유사한 구조의 마이송금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신한카드는 중기부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를 통해서 조정 권고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회도 중재에 나섰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신한카드와 팍스모네는 특허 분쟁 관련 법정 공방을 지난 2020년부터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허법원은 2022년 2심에서 팍스모네의 등록특허 등록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신한카드는 지난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입니다.
5년째 특허침해 법적 공방
신한카드와 팍스모네 간 분쟁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두 회사 간 특허침해 분쟁이 진행 중인데도 금융위원회가 신한카드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인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 분쟁에 금융위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신한카드의 특허기술 침해 논란에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문제가 입장을 고수한 바 있습니다. 팍스모네가 특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독점권을 인정받으면 신한카드는 특허료를 내고 기술을 사용하는 등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허 분쟁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별개라는 얘기입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카드가 혁신금융서비스 기한 내 각종 논란이 있는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라며 "기술 탈취 기업이라는 오명을 들으면서 혁신금융서비스 연장에 실패하는 것 보다는 서비스를 스스로 철수하는 모양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한카드가 마이송금서비스 종료를 예고하면서 관련 서비스가 제도권에서 사라지는 것이냐는 궁금증도 나옵니다. 금융위원회는 팍스모네의 서비스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기술은 이른바 '카드깡(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화)'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가 신한카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이유도 한시적으로 규제 유예를 해준 것입니다.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합법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 마이송금서비스의 혁신금융서비스 기한은 올해 10월까지입니다. 팍스모네 관계자는 “해당 기한 내에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법령 정비를 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혁신금융서비스 연장에 실패해서 법적 근거를 잃는 것보다 스스로 종료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편이 더 이득이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한카드의 철수 결정에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팍스모네는 서비스 상용화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신한카드가 사업 개시 5년 만에 마이송금서비스를 종료한다. 신한카드는 이용률 저조가 서비스 종료 이유라고 밝혔다.(사진=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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