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이효진 기자] 신한카드가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팍스모네의 송금 서비스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해당 기술을 내세운 신한카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기도 했는데요. 대법원에서 특허 침해 최종 판결이 나더라도 사용료 지불 등 부가 조건을 달면 신한카드가 해당 기술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P2P방식 카드간 송금기술 특허 논란
신한카드가 선보인 마이송금서비스.(사진=뉴스토마토)
1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팍스모네는 송금 서비스 특허를 두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팍스모네가 특허등록을 받은 기술을 신한카드가 탈취해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다는 의혹입니다.
팍스모네는 2007년 신용카드 회원간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에 대한 핀테크 기술을 구상해 특허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신용카드 간 P2P(이용자끼리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 지급 결제 구조를 통해 통장 잔고 없이 신용카드로 상대방 카드에 이체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 특허는 미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도 등록됐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금융위로부터 해당 서비스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특허권 출원 당시 이른바 '카드깡(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화)'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서비스 불허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2015년이 돼서야 핀테크 기업도 규제 혁신을 요청할 수 있게 되면서 팍스모네는 신용카드 기반 P2P 금융서비스를 직접 서비스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국회 등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신한카드와 팍스모네의 교류가 시작된 건 이 시점부터입니다.
팍스모네는 신한카드의 요청에 따라 신용카드 기반의 결제 송금 모델 및 등록특허에 대한 기술 설명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팍스모네는 2019년까지도 사업 승인을 받지 못했는데, 그 해 1월 돌연 신한카드가 금융위에 신용카드 기반의 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달라며 예비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한 '마이송금서비스'였습니다. 팍스모네가 특허를 등록한 기술과 비슷한 구조의 기술이었습니다.
당시 팍스모네 측은 "신한카드가 당사의 특허를 침해하는 구성으로 회원 간 신용카드 결제송금서비스를 예비 신청했다"고 반발했지만, 금융위는 3개월 뒤인 2019년 4월 신한카드가 신청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합니다.
팍스모네는 신한카드의 마이송금 시범서비스의 특허 침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여러 차례 테스트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이듬해 신한카드에 특허침해 사실을 고지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그러나 신한카드 측은 팍스모네의 특허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팍스모네는 특허 침해 감정서를 첨부해 신한카드에 재협의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신한카드 측은 돌연 팍스모네의 특허등록 무효 심판을 제기합니다. 그 결과 특허법원은 2022년 2심에서 팍스모네의 등록특허 등록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신한카드는 지난해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신한카드와 팍스모네 간 분쟁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습니다. 지난 국회 정무위 간사였던 김종민 새로운미래 국회의원은 신한카드와 팍스모네의 특허침해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융위가 신한카드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인정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와 관련한 분쟁에 금융위가 개입했다는 것입니다.
금융위, 국감 지적에도 조치 전무
당시 김주현 금융위위원장은 "내용을 파악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답변했으나, 현재 금융위는 사건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허는 창의적으로 발명한 기술에 부여하는 것인데 기존 특허에 대해 다른 업체가 기술을 추가하면 특허를 받을 수 있다"며 "팍스모네가 최종 승소해 특허 독점권을 인정받으면 신한카드는 특허료를 내고 기술을 사용하거나 (금융위가) 부가 조건을 걸어서 혁신금융서비스를 조건부로 주든지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법원으로 올라간 판결은 법리적 해석이 잘못된 경우를 제외하곤 파기환송되는 경우가 드문 데요. 대법원이 신한카드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현 광장 변호사는 "대법 판결은 법 위반이나 판례 위반과 같은 법리적인 부분이 잘못됐을 경우에만 판결 파기 사유를 삼을 수 있다"며 "사실관계 파악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이 파기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특허가 유효하고 특허 침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신한카드의 기술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업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권리를 인정받고 최종 배상까지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한카드와 팍스모네의 기술 탈취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신한카드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한카드 사옥. (사진=신한카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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