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전 산업권에 걸쳐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ESG입니다. Environment (환경)과 Social (사회), Goverance (지배구조)를 뜻하는 말로 기업의 사회·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해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를 의미합니다. <뉴스토마토>는 주요 아젠다 중 하나로 이 주제를 선정하고 전 산업권의 ESG 경영을 진단하고 있습니다.
ESG는 한번에 다루기에는 광범위하기 때문에 '녹색금융'으로 대표되는 '환경'부터 들여다봤습니다. 고탄소 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의 역할이 중요할 것입니다. 재벌그룹의 채권자로 있는 은행들이 ESG 경영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산업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의 경우 화석연료 산업의 보험 인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고탄소 산업의 리스크를 키우면서 회피하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금융사들은 이미 지난 2020년부터 탄소제로를 중장기적 경영목표로 내걸었습니다.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금융지주사들은 하나 같이 석탈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했고, 적도원칙에 가입해 환경·사회리스크 검토 프로세스 구축하고 있습니다. 적도원칙은 대형 개발사업이 환경파괴 또는 인권침해의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사들의 행동협약입니다.
탄소제로를 선언한지 5년째가 되는 현재 내실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주사별 투자 정책을 들여다보면 석탄 외에 다른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제한정책 도입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들 지주사는 고탄소 업종 등을 분류하고 여신 심사 단계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명시적으로 '투자 제한'으로 못 박지는 않았습니다.
지주사 산하 계열사는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는 모순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보험사는 기존 보유한 화석연료 관련 보험 자산을 처리할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각각 제로 플라스틱과 페이퍼리스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곳은 전무합니다. 증권사의 경우 석탄기업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등 석탄산업에 여전히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ESG 경영은 중장기적인 방향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럴싸한 성과를 성급하게 보여주려다가는 현실과 부딪히기 십상입니다. 경기 침체로 당장의 생존조차 확신하기 힘든 여건에서 ESG 경영을 챙기라는 요구는 멀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투입 비용과 노력 대비 경제적 이득은 낮고 규제 부담만 키우는 상황에서 탄소제로 정책에 적극적일 수 없다는 토로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ESG 대전환을 위해서는 금융권 자체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민간 금융사들이 친환경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기간 산업이자 전통 산업부터 친환경으로 전환하도록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화선연료에서 손을 못 떼고 있는데 금융사에만 고매한 경영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2050년 탄소제로'라는 긴 여정은 현실을 반영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구축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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