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천하' 국내증시, 공매도 금지보다 '밸류업·업황개선' 방점
코스피 수익률 전세계 하위권
"공매도 제한 부작용" 지적도
2024-07-01 14:21:56 2024-07-01 22:01:51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전격 시행된 이후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외국인은 역대급 순매수세를 기록 중입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반도체 업황 개선이 외국인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합니다. 다만 공매도 금지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자의 추가 유입을 막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외국인의 역대급 순매수에도 해외 증시와 비교해 국내 증시의 낮은 수익률이 공매도 금지 부작용이란 설명입니다.
 
주요국 대비 수익률 '처참'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6일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26조원 가량 팔아치웠습니다. 반면 외국인투자자는 28조원 넘게 사들였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6조원, 외국인은 2조6000억원 가량 순매수했습니다.  
 
양시장을 합산하면 개인이 약 20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약 30조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외국인의 코스피 투자 비중은 연초 32.73%에서 현재 35.69%로 늘었습니다.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국내 증시는 강세 흐름입니다. 코스피는 지난해 18.73% 상승한데 이어 올해도 5% 넘게 올랐습니다. 
 
다만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수익률이 한참 뒤떨어집니다. 연초 대비 대만 가권 지수 수익률은 28%가 넘고, 닛케이·나스닥·네덜란드·베트남·인도 등도 10%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3년치 수익률은 신고가를 경신하는 다른 국가 대비 코스피가 -14.76%로 처참합니다. 
 
공매도 금지로 인해 더 큰 상승폭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외국인들은 공매도 대신 선물과 옵션을 헤지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매우 제한적입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로 인해 절대적인 수익률 면에서는 주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국가들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투자자 플레이에 제한을 주면서 한국 증시의 상승이 덜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대신 외국 주식에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주식 규모는 1276억6373만달러(약 176조1121억원)로 연초의 1035억3086만달러(약 142조8208억원)보다 23%이상 증가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77억2000만달러(약 10조260억원) 순매수하고, 일본 주식에도 5억2700만달러(약 6800억원)를 순투자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증시로만 11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올해 상반기 세계 주요 지수 수익률.(사진=뉴스토마토)
 
밸류업·반도체 기대감에 외국인 유입
 
다만 공매도 금지로 인한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반도체 업황 개선과 정부 밸류업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증시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인 반도체와 일부 성장 업종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 성향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 연구원은 "연초에는 금융 및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 기대감이 높았으나,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 등 미국 성장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업종으로 집중됐다"면서 "이는 미국 시장의 밸류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미국 성장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의 일부 업종이 대안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의 매매종목을 보면 30조원 중 22조5000억원 가량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업종에 쏠렸습니다. 삼성전자(11조3000억원), SK하이닉스(4조5500억원), 현대차(3조6000억원), 삼성물산(1조5300억원), 기아(1조4200억원) 등으로 집계됩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개선, 특히 반도체·자동차 업종의 실적 개선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유도했다"면서 "금리 인하와 같은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도 외국인의 위험 자산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MSCI 지수 편입 시급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와 선물거래 종목수 제한 등 부작용을 지적합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등을 통해 국내 증시가 더 큰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 금융기관들은 국내 공매도 제도의 제약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관 투자자들은 공매도 허용 종목에 대한 제약이 과도하고 거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선진 시장과 차이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최근 MSCI 편입이 좌절돼, 한국 증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MSCI는 세계 주요 글로벌 펀드의 기준으로, 이 지수에 편입되는지 여부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들어왔던 외국인들은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새롭게 들어오려는 외국인들은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의사 결정을 할 때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로 패시브 자금 유입 불발 뿐만 아니라 선물 거래 등 대체 투자 수단의 유동성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정 연구원은 "공매도가 금지되면 외국인은 옵션, 선물 등 다른 헤지 수단을 사용해야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선물거래가 가능한 종목 수도 제한적이다"고 전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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