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일하는 국회
2024-06-28 06:00:00 2024-06-28 06:00:00
22대 국회가 드디어 원 구성을 마쳤습니다. 27일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완료하면서입니다. 지난달 30일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다 된 시점에서야 제대로 된 출발을 알리는 셈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운영위원회(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힘겨루기는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로 끝맺었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국회'는 여전히 시기상조입니다. 상임위 보이콧을 풀고 국회로 복귀한 국민의힘은 주요 현안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채상병 특검'(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김건희 특검'(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상임위 회의장은 고성과 비방이 난무했습니다. 장외 투쟁을 하던 국민의힘이 원내 투쟁으로 태세 변경을 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21대 국회의 재탕과 같은 정쟁 속에서 민생은 또 한 번 잊혀지고 있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충청 지역의 야당 재선 의원은 "지역에서는 사실 특검에는 관심도 없다"며 "지금의 국회 모습에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 서민들에게 정치 투쟁은 사치일 뿐이라는 얘깁니다. 이 의원은 "대통령 부인의 명품가방 사건에 허탈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이 사람들에게는 나날이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와 매달 돌아오는 대출금 상환이 더 시급하다"며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민생 살리기 앞에 그 어느 것도 우선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구두만 어울릴 줄 알았던 양복에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다면서 "괜찮냐"고 웃어 보였는데요. 현장을 좀 더 편안히 많이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민생 법안들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의원실에서의 도시락 오찬을 즐긴다고 귀띔했습니다. 회의도 많고 살펴볼 자료들도 많아 외부 식당으로 나가 밥을 먹을 시간이라도 아끼겠다는 취지입니다. 야당의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한 그는 "막상 국회의원이 돼보니 외부에서 바라볼 때보다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훨씬 많음을 알게 됐다"고 업무에 임하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여당의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직장인처럼 의원실에 출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9 to 6'의 업무 시간을 준수하며 일에 몰입하는 의원님 덕분에 보좌진들까지 덩달아 힘들어졌다고는 하지만, 해당 의원실의 보좌진은 "파행 국회 속에서도 그나마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언급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입을 모아 약속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이 같은 의원들이 더 많아지고 더 주목받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4년 동안은 싸움보다 건설적인 토론으로 가득한 국회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진양 정치팀장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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