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은 6월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유독 올해는 87체제의 문제점과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회는 소수 여당의 보이콧으로 상임위원회 구성을 못하고 있고, 다수 야당은 단독 구성을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한국정치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37년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제6공화국을 열었습니다. 군부 독재정권에서 대통령이 행사한 비상대권에 해당하는 긴급조치권, 국회해산권은 삭제하고, 위수령 포고령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부여했습니다. 어쩌면 1노 3김의 정치적 프로그램에 따라서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으로 한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할 것입니다. 제6공화국 헌법은 군부 독재정권 극복에 필요한 요소들만 모아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생태계 의식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즉 대통령제에 따르는 통치시스템과 정당정치를 구성하는 정치시스템이 서로 충돌한다는 인식이 없었습니다. 미국식 대통령제 핵심은 대통령이 의회를 상대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도록 정당체제의 중앙당을 없앴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중앙당 대표가 없고, 중앙당 공천이 없고, 중앙당 당론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양심에 따라” 대통령에게 찬성도 반대도 다 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반면에 한국 정당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당 체제로 점점 변화하고 있습니다. 당에서 바른말 하는 국회의원은 다음 선거에 나가지도 못합니다. 경선 규칙을 바꾸고, 원리에 맞지도 않는 규정을 신설하여 반드시 탈락시킵니다. 당내 비주류 반대자를 없애버립니다. 더구나 열성 당원들 중심으로 당원중심 정당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당내 민주주의 핵심인 지역위원회 구성이나 대의원 선출, 지역위원장 선출 운영 등 아래로부터 기본을 갖추는 시스템은 거론도 하지 않으면서 국회 운영에 관한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선출에 당원 권리를 20%에서 과반까지 보장한다는 당헌을 개정하려고 합니다. 당대표의 임기도 고무줄이 될 예정입니다. 87체제가 제도적 한계와 함께 극단적인 투쟁으로 폭발 직전입니다. 대통령 권력을 둘러싼 총성은 없는 전쟁입니다. 내 편이 아니면 적만 존재하는 극단적인 아수라판입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스스로 붕괴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집권 3년 차 대통령으로 국정비전이 없고, 총선 민의를 성찰한 흔적도 없습니다. 87체제 헌법에 부여된 대통령 거부권으로 정치를 풀어가겠다는 유치한 발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87체제의 한계 상황을 인식하고, 정치적 해법을 위한 발상의 대전환과 대타협으로 제7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할 때입니다. 정치생태계 관점에서 대통령 통치체제와 정당체제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미국식 대통령제로 가든지, 유럽식 의회중심제로 가든지 아니면 한국적 상황에 맞게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든지 결단할 때가 되었습니다. 초강력 울트라 중앙당의 존재를 두고서 미국식 대통령제를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초강력 양당제는 더욱더 아닙니다. 이념과 정책에 따른 국가비전을 가지는 다당제를 기본으로 한다면 지금의 소선거구제 정당체제는 철폐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은 근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참패가 제도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어려울수록 편법이 아니라, 정치의 본령으로 가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을 포함하여 22대 국회의원들과 함께 새 시대의 첫걸음을 여는 정치인이 되기를 6월 민주항쟁 37돌을 맞이하여 정중하게 권고합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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