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6월말 유류세 인하 종료가 예상되면서 정유사와 주유소 간 눈치싸움이 치열합니다. 주유소는 세금 환원 전 재고를 많이 확보해 두려 합니다. 이에 수요가 몰리면 공급물량의 할인가를 잠그기 쉬운 정유사와 신경전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세당국은 6월말까지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지 검토 중입니다. 2021년 11월부터 올들어 4월15일까지 유류세 인하는 9차례나 연장됐습니다. 정부의 세수도 급감해 6월말에는 종료될 것이란 관측이 높습니다.
이에 주유소들은 유류세 환원 전 재고 확보 경쟁이 심해질 것을 걱정합니다. 유류세가 환원되면 공급가가 오르니 그 전에 재고를 사두려는 주유소가 많아집니다. 다만 국제유가 변수가 존재합니다. 국제유가가 폭락할 경우 미리 사둔 재고 탓에 손해를 볼 점은 고민을 깊게 합니다. 국제유가 변동성을 높이는 러시아와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가 여전합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유류세 환원 후 오피넷 등을 통해 시장 평균가가 오를 텐데 인근 주유소가 미리 확보해둔 재고가 많아 판매가를 올리지 않는다면 재고를 먼저 소진한 주유소가 적자를 보면서 팔거나 가격을 올려 손님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서울 시내 주유소의 가격표시판. 사진=연합뉴스
정부를 상대로 정보력이 있는 정유사는 주유소와의 협상에서 우위에 섰습니다. 지난 4월 유류세 인하가 종료될 뻔했던 때 시장에선 대혼란이 발생했습니다. 정유사가 주유소들에게 유류세가 환원될 듯하니 재고를 사두라고 귀띔했고 이에 재고를 늘렸던 주유소들이 손해를 봤습니다. 때문에 주유소들 사이에서 정유사를 향한 불신감이 커졌습니다. 비슷한 양상이 또 벌어질까 경계하는 눈치입니다.
관건은 정유사의 공장도가격 대비 할인가입니다. 여기서 할인가는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정유 4사가 각 브랜드주유소나 알뜰주유소, 농협주유소의 장기계약물량 외 자영주유소 및 대리점을 상대로 현물시장에 내놓는 스팟거래 제품 가격입니다. 현물시장에선 대리점과 주유소가 공장도가격보다 조금 더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정유사가 재고를 밀어내거나 초과생산분을 소진하려 할수록 할인 폭이 커집니다. 자연히 수요가 몰리면 굳이 할인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또한 정유사 역시 재고를 소진했다가 국제유가가 폭등할 경우 각종 기회비용과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6월말에 현물할인을 잠글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4월쯤에도 가격정책 변화가 심했던 만큼 주유소들이 정유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근래 정유사는 알뜰주유소 등 장기계약 물량이 많아지며 현물시장 할인에 보수적인 경향도 나타납니다. 연초 한 정유사는 현물 할인가를 내지 않았다가 주유소와 심각하게 다툰 사례도 알려졌습니다. 계약물량은 정유사가 주유소사업 비중을 줄이는 현상도 낳았습니다. GS칼텍스가 최근 직영주유소를 팔고 있고 다른 정유사들도 과거에 팔았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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