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스모킹 건 'VIP 격노'
윗선 개입 통한 '직권남용' 의혹 풀 핵심 키
2024-05-28 06:00:00 2024-05-28 06:00:00
'벌거벗은 임금님의 나라' 고삐 풀린 국정운영의 끝판왕. 권력 사유화로 시작된 거대한 부조리극. 선택 순간마다 등장한 오판. 최종 권력자는 기고만장. 정부는 안하무인. 당은 적반하장. 삼박자가 초래한 무능·무지·무도의 '3무' 정권. 윤석열 대통령의 턱밑까지 겨눈 일명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얘기입니다. 
 
'거대한 부조리극' 민낯 
 
엉성한 시나리오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VIP'(대통령) 격노설. 앞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기이한 출국부터 선거용 입국까지 변칙의 연속도 모자라 윤 대통령 격노설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VIP 격노' 증언부터 '김계환(해병대 사령관) 녹취'까지, 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은 한층 짙어졌습니다.
 
VIP 격노설은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의혹을 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입니다. 지난해 7월 31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한 경찰 이첩 보고(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냐"고 역정을 냈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국방부가 군사작전 하듯 움직인 것도 이 직후입니다. '국방부 장관(이종섭)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7월 31일)→이첩을 시도한 해병대 수사단장(박정훈) 보직 해임(8월 2일)→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수괴죄로 입건(8월 13일)…'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해 8월 총 26차례 통화한 기록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 격노설에 대한 정황 증거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지자, 여당은 난데없이 "대통령 격노가 뭐가 문제냐"고 방탄막 치기에 나섰습니다. 전형적인 헛다리 짚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의 격노 여부가 아닙니다. 말로 역정을 냈든, 행동으로 옮겼든 부차원적 문제입니다. 격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사후 지시'를 했느냐가 핵심입니다. 이는 '윤 대통령의 격노→사후 지시→수사 외압→직권남용' 등의 거대한 부조리를 풀 키입니다. 
 
명분 없는 '격노 정치' 종착지
 
그러나 윤 대통령은 뒤로 숨었습니다. '강골 검사' 윤석열이 사라졌습니다. 정권 운명을 뒤흔들 판도라 상자 앞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뒤틀린 언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납득이 안 되면 제가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했습니다. '부작위와 호도성' 거짓말을 통한 논점 일탈입니다. 
 
문제는 명분 없는 'VIP 격노'의 후과입니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격노 정치는 늘 있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 권위주의가 도사린 탓에 특정 집단은 최고 권력자의 역정 자체를 '정치 기술'로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명분입니다. 봉건적 정권의 민낯만 드러낸 'VIP 격노'는 때때로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2016년 2월 24일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명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등을 언급, "다 경제 살리기와 연결이 되는 일인데,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라며 격노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 40%' 선이 이내 무너졌습니다.(한국갤럽 3월 2~3일 조사·4일 공표·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총선 참배 후 몰아친 탄핵의 둑을 막지 못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격노는 박 전 대통령보다 더 명분이 없습니다. 사과 등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는커녕 '만냥 빚'을 기어코 만드는 정권. 윤 대통령님, 격노 정치를 앞세워 채상병 유가족 가슴에 비수를 꽂으셔야 하겠습니까. 차라리, 보수 간판을 떼십시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명언을 빗대 표현하면, 윤 대통령 책임은 채상병 특검에서 멈춥니다. 아니, 멈춰야 합니다. 정권은 유한하나 대한민국은 영원합니다.
 
최신형 정치정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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