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 대통령 - ‘아내 사랑 보수’를 넘어
2024-05-28 06:00:00 2024-06-04 16:23:06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스트일지 모른다. 여성들 사이에서 ‘좋은 신랑감’으로 윤석열 대통령 같은 남자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거에서 패배해도, 당에서 불만을 표출해도, 국가의 중요한 정책보다 ‘와이프 사랑’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란다. 
 
4.10 총선에서 국힘은 참패했다. 집권여당 108석은 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상식적인 대응이라면,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 개편, 내각 총사퇴, 집권 여당의 대대적인 혁신이 뒤따라야 하는 중대 사안이었다. 
 
4.10 총선이 끝나고 약 50여일 동안 용산 대통령실을 둘러싸고 5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 5월 7일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민정수석실이 부활했다. 민정수석 비서관으로 검찰출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김주현 민정수석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 핵심 측근이다. 둘째, 5월 8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에 대해 만장일치로 가석방 적격 결정을 내렸다. 최은순씨는 14일에 가석방으로 나왔다. 셋째,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했다. 내용적으로 바뀐 것은 거의 없었다. 굳이 변화된 것을 찾자면 김건희 여사 관련 사과 표현을 사용했다. 
 
넷째, 5월 13일, 이원석 검찰총장 밑에서 김건희 여사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핵심 라인을 대거 교체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시키고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그밖에 디올백 수수의혹을 조사하던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법원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시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주사하던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 역시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보냈다. 누가 봐도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시한 김건희 여사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여지는 검찰 인사였다. 
 
다섯째, 5월 16일 김건희 여사가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부부와의 공식 오찬에 참석했다. 약 5개월, 정확히는 153일 만에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이후 활발하게 공개 활동을 하는 중이다. 
 
①민정수석실 부활 ②장모 최은순씨 가석방 결정 ③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사과 발언, ④서울중앙지검장 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교체. 이러한 3가지 사건을 동시에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⑤김건희 여사의 활동 재개다. 
 
총선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실제로 했던 일들을 보면 ‘김건희 여사 활동 재개’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민정수석실 부활도, 기자 간담회도, 김건희 여사 수사라인을 전면 교체한 것도 김건희 여사 활동 재개를 돕기 위한 정지작업이었다. 그밖에 민심 수습과 보수의 재건과 혁신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것은 없었다. 
 
한국 보수는 자신들을 ‘애국 보수’라 표현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북한의 남침 야욕을 막는 것이었다. 특히 1960년대 말~1970년대에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 수렁에 빠지고,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 조짐이 있었다. 애국 보수는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만든 표현이다. 
 
애국 보수는 최소한 공적인 가치를 우선한다. 아내 사랑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핵심 미션이어서는 안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아젠다가 취약하다.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국민들은 ‘나라 사랑’ 대통령을 보고 싶다. 
 
최병천 이기는 정치학 저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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