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넷마블 지회장 "개발자가 행복해야 재밌는 게임 나오죠"
사측, 연봉 동결 근거 제시 안해
비용 효율화, 구조조정 의심
전단 배포하면 쓰레기통 비치
"기싸움 말고 원만히 합의했으면"
2024-05-23 16:39:38 2024-05-23 17:10:3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넷마블(251270) 사옥에선 때 아닌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한쪽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알리는 전단을 뿌리면, 한쪽에선 그 옆에 쓰레기통을 갖다놨습니다. 노조 출범 첫날부터 소통의 벽을 절감한 이해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넷마블 지회장은 23일 "업계에선 '개발자가 행복해야 재밌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 유명하다"며 "앞으로 그런 의미로 노사가 협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해미 넷마블 그룹 노조 지회장이 23일 넷마블 사옥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한 팀이 두 게임 개발
 
이 지회장은 넷마블엔투에서 '머지 쿵야 아일랜드' 등에 참여한 7년차 원화가인데요. 올해 3월 연봉 협상 당시 연봉 동결자가 늘어난 반면, 사측이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불만이 폭발한 게 노조 설립 계기였다고 합니다. 과거 팟캐스트로 파리바게뜨 노조 설립기를 들은 경험이 두 달간의 지회 설립 과정에 용기를 줬습니다.
 
넷마블 그룹 노조 설립 후 겨우 보름이 지났지만, 풀어야 할 난제가 산더미입니다. 우선 고용 불안과 근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합니다.
 
이 지회장은 사측이 올해 1분기 영업 흑자 배경으로 '지속적인 비용 효율화'를 언급한 데 대해 "구조조정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며 "현재 사내에서 한 팀이 게임 두 개를 개발하는 '예외'가 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게 비용 효율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권고 사직 시 주는 급여도 한 달치인데, 사직 안 한다고 버티면 일이 없어지거나 포트폴리오에 영향 없는 업무로 경력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사측은 어려운 업황을 설명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과중한 일에 비해 대가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노측에는 팽배하다고 하는데요. 이 역시 노조 설립 배경이 됐습니다. 이 지회장은 "한 명이 절대 해내지 못하는 업무량이 있음에도 그걸 계속 넘어서는 일이 주어지는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해미 넷마블 그룹 노조 지회장. (사진=이범종 기자)
 
비업무는 자동, 업무는 수동 기록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코어 타임제'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핵심 근무 시간이라는 뜻인데요. 이 지회장은 "노조 만들기 전에는 10시1분에 출근 해도 1시간 연차를 강제로 써야 했는데, 노조 설립 이후 사측이 기준을 10분으로 늘렸다"며 "강박적인 정책이라 멀리 살거나 아이 있는 분들이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코어 타임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잠시 해제됐다가, 올해 3월 부활했다고 합니다. 
 
과다한 업무량에 비해 열악한 환경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과거 회사가 수면실을 없앴는데, 업무량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밤 8시에 불을 껐다가 다시 켜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이 지회장은 "빌드 하는 사람과 새벽 근무자를 위한 수면실과 야식 제공, 충분한 수당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비업무 시간이 자동 기록되는 반면, 업무 기록은 수동인 점도 부조리라고 봅니다. 이 지회장은 "출퇴근은 스스로 PC 마우스로 클릭해 기록해야 하는 반면, 비업무 공간에 갈 때 사원증 태깅을 하면, 돈 안 받는 시간이 깨알같이 계산된다"며 "그래서 '눈치껏 일 해라, 퇴근 찍고 일 해라', 이렇게 밖에 생각 못 하겠다. 다른 회사처럼 퇴근 시간에 PC가 자동으로 잠겼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이해미 넷마블 그룹 노조 지회장. (사진=이범종 기자)
 
"권리 챙겨 재밌는 게임 만들자"
 
회사와는 물론 사우들과의 소통마저 원활하지 못한 상황도 문제라고 합니다. 이 지회장은 "노조 출범 이틀 뒤, 집행부 소속 계열사 인사팀 관계자들과 상견례를 했다"며 "서로 의견 나누고 화합하자는 얘길 나눴지만, 사우들에게 보낸 전체 이메일과 자유게시판 게시물이 모두 삭제당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현재 넷마블 그룹 노조는 단체협약 교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인센티브 정책과 연봉 인상률, 수익 등의 투명한 공개와 공정한 결정 △고용안정 △노동자가 존중받는 기업문화 형성 등을 요구합니다. 노조 사무실 마련과 전임자 인정도 회사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 지회장은 회사에 "서로 기싸움 하지 않고 노동 환경을 원만히 합의하면 좋겠다"며 "게임이 좋아서 온 사람들의 권리를 더 챙겨주고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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