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의 총선 레이스가 끝났다. 각 당의 심판론이 충돌했고, 민심은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당과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표출되었다. 5월30일부터 시작될 22대 국회는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 에너지 물가 관리, 에너지 전환 지원 등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향후 4년 동안 특히 어떤 에너지 이슈들을 국회 차원에서 신경 써야 할까?
첫번째, 각종 에너지 분야 개혁법안의 제정과 함께 개혁 취지에 맞게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이 준비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분산에너지 특별법같이 21대 국회에서 어렵게 마련된 법안들 중 22대 국회 시작 후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 국회의 핵심 기능은 법치주의에 입각하여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모여서 법을 제정하고 예산과 인사에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데 있다.그런데 막상 법을 만들어도 법의 취지에 맞게 실행이 되는지는 의문이 가는 경우가 많다. 분산에너지 특별법의 경우에도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의 세부 내용이 정말로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취지에 맞게 준비되는지 22대 국회에서 챙겨야 할 것이다. 소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법안이 시행되어도 막상 사업자들이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부 제도와 각종 요금 체계가 정비되지 않다면 결국 법안의 취지와 목표가 달성되기 어렵다. 법안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행정부의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두번째, 과도한 공공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범야권의 총선 승리 이유 중 하나는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인데, 이를 의식해서인지 에너지 분야 공약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막대한 투자와 가격 억제를 함께 약속한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이 비용을 누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적게 잡아도 매년 GDP의 3% 이상의 재원을 확보해서 투자해야 한다. 연간 6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데, 현 정부의 재정건전화 정책 목표와 세수 확보 상황을 감안하면 민간 투자 유치가 꼭 필요하다. IMF 위기 이후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통신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재기되었을 때도 유사한 이슈가 있었다. KT 중심의 통신 독과점 구조를 해체하고 민간 투자를 대거 유치하여 IT강국의 기초를 마련한 사례를 22대 국회는 깊이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의 혁신과 다양한 사업 모델이 시도될 수 있도록 하되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는 에너지 시장 제도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세번째,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심화되는 기후위기로 극단적인 더위와 추위로 피크 에너지 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국지적인 무력 충돌이 동북아에서 일어날 경우 해상 통행로 막혀 석유, 가스, 석탄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기차와 ESS의 가격이 대폭 떨어지면서 전기화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우리의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주요 경제권들 사이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RE100과 CABM이 무역 보복 수단으로 등장할 수 있다. 리스크가 확대되고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 원자력만으로 혹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러한 변동성에 대응할 수 없으며, 상당기간 화석연료/원자력/재생에너지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
권효재 COR 페북그룹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