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총체적인 사회 상식입니다. 프랑스 대혁명 전후 독일에서 등장한 철학적 개념입니다. 원래 역사는 특정의 공간적 요소인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되는 것인데, 최초로 역사를 특정의 시간적 요소를 중심으로 정립한 것입니다. 그래서 19세기 초기 근대 국민국가 건설이 바로 시대정신이 된 것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철학자 헤겔은 나폴레옹이 도시를 지나갈 때, “나는 절대정신(시대정신)을 보았다”라고 합니다. 당시 프랑스 대혁명이 유럽으로 전파되는 시대적 과제가 국민국가 건설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나라와 전쟁을 하는 나폴레옹을 시대정신의 상징으로 보았다는 것입니다. 시대정신은 특정의 시기에 거대한 정신적 흐름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실체적인 정치적 사회적 동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건국, 산업화, 민주화, 복지국가를 거치고 있습니다. 건국은 1919년 3.1운동으로 시작된 임시정부 수립부터 60년대까지로 봅니다. 산업화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시작하여 80년대까지, 민주화는 80년대에서 2000년까지, 복지국가는 국민건강보험과 연금으로 시작하여 무상급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로 봅니다. 복지국가를 지나면서 지금은 새로운 시대로 가는 초입으로 봅니다. 흔히 ‘선진화’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시대정신은 대체로 30년으로 한 세대를 상징합니다. 사회적 요소로 보면, 첫째 동북아 안보정세, 둘째 경제발전, 셋째 민주주의, 넷째 복지와 사회보장 등입니다. 과거 보수는 안보와 경제발전을 중심으로 우위를 보였고, 진보는 민주주의와 복지를 중심으로 우위를 형성했습니다. 크게 10년을 주기로 물질적 흐름과 정신적 가치적 흐름이 교차 반복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10년 정권교체 주기와 연동해서 대선이 끝나면, 사후적으로 시대정신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공정과 상식’이 시대정신이었다고 합니다. 사회적 상식개념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구호적 측면이 강합니다.
이번 총선은 ‘심판’ 선거라고 합니다. 양당 중심의 정치체제이기에 상대를 심판하는 선거라는 측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긴 합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윤석열-이재명 대선 3차전입니다. 대선 3차전으로 본다면, 총선의 시대정신을 재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시대정신을 30년 세대 관점에서 보면, 선진화라고 포괄적으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했듯이 눈떠보니 후진국이 됐다고 한탄하는 일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선진화의 기본(기초 토대)을 쌓아야 할 시기에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모든 면에서 앞서야 하지만, 나라의 운영체제(OS)를 책임지는 정치권이 유능해지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지금 같은 양당제로는 정치권 자체에서 경쟁이 없고, 혁신하지 않습니다. 이번 총선은 정치권에 강력한 메기가 필요합니다. 기득권 체제를 깨뜨리고 새로운 미래 비전과 가치를 가진 제3당 당선자가 절실합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더욱 매운맛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욕망을 반영한 ‘조국혁신당’이 등장할 예정이지만, 극단적 대결정치로 치달아 갈 것 같습니다. 지역구에서 양당 후보와 경쟁해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 지역은 경기 화성(을)입니다. 민주당 공영운, 국민의힘 한정민, 그리고 제3지대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지역구에서 거대 양당(연합공천 포함)이 접전하는 곳을 빼면, 제3당 후보가 이변을 연출할 곳은 화성(을)뿐입니다. 집권당 대표에서 축출당하고 홀로 제3당의 후보로 당선되는 역전극의 서사가 현실이 되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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