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했는데요. 은행권이 자율배상을 수용하면서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발생한 첫 대형 판매규제 위반 사례로 수조원의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제재와 무게감이 다릅니다. 은행권은 자율배상에 따른 사후 수습 노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들도 분쟁조정안 수용 결정이 판매 과정의 위법을 인정했다기보다는 일부 불완전판매에 대한 선제적인 배상 노력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당국은 위법·부당행위 정도 뿐 아니라 사후 수습 노력 등을 고려해 제재를 감면할 수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에서도 금융사의 '위반상태의 해소' 등을 고려해 기본 과징금 금액을 줄일 수 있도록 명시했습니다. 금감원장이 제재 감면 기준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데, 이복현 금감원장도 그간 공개적으로 "자율배상 노력을 제재심의 과정에 참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100% 배상을 요구했던 투자자도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자율배상을 수용했지만 투자자의 수용 여부는 별개입니다. 투자자가 자율조정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배상 비율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자율배상이 분쟁조정기준안에 맞춰 이뤄진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해도 금융당국 선에서 큰 폭의 조정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은행과 투자자 간의 자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만만치 않고, 앞선 판례들을 봤을 때 100% 배상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이번 홍콩 ELS 분쟁조정안이 당국, 소비자, 은행 간 '소통의 출발점'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사태의 매듭을 짓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투자자와 판매사측 누구도 만족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은행권의 분쟁조정안 수용으로 홍콩ELS 사태가 매듭이 지어 간다고 판단하기에는 섣부릅니다. 사후 수습 노력으로 제재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은행권, 법정 소송으로 끌고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당국의 중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입니다. 5년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한 배상·징계 소송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홍콩ELS 사태가 생채기를 남기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종용 금융증권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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