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나를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2024-03-22 06:00:00 2024-03-22 06:00:00
선거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별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매우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기회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선거를 통해 결정되는 여러 사항은 만만하지 않게 다수 시민들의 삶의 기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우리가 이 시기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선거와 정치의 민낯은 어떠한가. 어쩌면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는 이 과정이 과연 그 만큼의 무게와 진지함으로 다루어지고 있는가. 
 
4월10일 총선을 앞두고 온통 뉴스는 각 정당의 공천과정과 개별 정치인들의 과거 이력 등 선정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가히 선거가 모든 뉴스를 집어삼키는 시절이다. 활동 정치인으로 나섰던 나도 일찌감치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 비례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이라는 결과표를 받았다. 개인적 낙담도 크지만, 이런 선거제가 과연 다수 시민의 삶을 바꾸는 좋은 방식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불과 총선 40여일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정해진 선거제와 선거구획정 그리고 선거일을 한 달여 앞두고 여기저기서 생겨나는 신생 정당들의 모습까지 과연 이 상황이 정상적인 것인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법은 적어도 총선 1년 전에는 전반적인 선거 룰을 확정하게 하고 있으나, 이 법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주요 정당과 각 정치인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 너무도 게으르고 심지어 관심조차도 없어 보인다. 이러니 사회 변화를 정치만 못 따라간다는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비례 경선에 참가했던 과정을 예로 들어본다. 3일 만에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격이었다. 진행과정의 급박함은 내가 참가했던 경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시민들이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고 공정하게 선정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정당이 간판이 되어 치르게 될 선거를 위한 일종의 형식적 과정이 되어버린다. 최종 후보가 선정되고도 끊임없는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우선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지경이니 이런저런 가십거리 같은 논란은 당연지사인지도 모를 일이다. 또, 선거방식 마저 불확실한 상황은 매번 매섭게 시민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을 막는 중대 요소가 된다. 아주 작게 보이는 내부 후보 선정과정에 이만저만한 노동과 수고 그리고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초 단기간에 이런 준비를 완벽하게 하기란 일단의 세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말 그대로 의지만 가진 정치 진입 초보들에게는 험난한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니 기성 정치 집단이 새로운 변화를 가로막고 기득권유지에만 온 힘을 다한다는 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감한 변화가 요구되어지는 구태한 병폐가 만연하다. 
 
선거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다보니 또 다시 정치 결사체로서의 그 어떤 기능도 없는 위성 정당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사라질 예정이다. 이는 정치 세력들의 세 확장의 도구외에 그 어떤 효능감도 다수 시민들에게 줄 수 없다. 적어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 특히 세력은 어느 정도 통일된 신념을 바탕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결사체가 되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자매정당, 위성정당, 떴다방 정당이 어찌 그런 본래의 목적을 가질 수 있겠는가. 실제로 국회의원 구성의 편향성은 이미 오랫동안 비판이 되어 왔다. 특정 직군의 사람들로 구성된 국회에서 과연 수많은 분야와 부분으로 다분화되고 세분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 아니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할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소수자들이 등용될 수 있는 기회로 만든 비례대표제마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쳇말로 국회 담벼락 안에서 만드는 우리 사회의 여러 제도와 법 그리고 규정들에 과연 실존하는 실제의 시민의 삶에 대한 진솔한 반영과 국회의원들의 제대로 된 이해가 바탕이 되기 했을까. 이런 시민의 불신이 그 증거로 증명되는 순간은 성실한 시민들이 위기의 상황에 처했을 때 여실하게 들어난다. 허울 좋은 명칭만 있고 제대로 된 상황 진단이나 개선이 되지 못하는 법이나, 제대로 된 처벌도 책임을 따지는 방식도 없는 매우 일방적인 자율 방임식 법들이 그러한 예이다. 법과 규정을 정하는 것이 전지전능한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 자율양심도 사회 문화적 변화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와 규정, 법등이 제대로 기본을 하지 못한다면 아예 기초가 없는 것과 매한가지 아닐까싶다. 
 
내 삶을 바꿀 권리를 소수의 선출된 이들에게 이양하는 선거는 참으로 중요하다. 매번 벼락치기가 아닌 더 세밀하고 정교한 선거관련 준비가 절실함을 새삼 느끼는 시기이다.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 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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