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룟값 올랐다더니…식품업계, 매출원가율 떨어졌다
빙그레, 매출원가율 73.5%→68.4%
10곳 중 롯데칠성음료만 원가율 상승
실적 증가 비판에…"원가 절감 노력한 결과"
2024-03-18 06:00:00 2024-03-18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식품기업들이 원재룟값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해 왔던 것과 달리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비와 인건비 등 매출원가는 줄어든 셈입니다.
 
18일 뉴스토마토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주요 상장 식품기업 10곳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을 집계한 결과,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한 9곳의 매출원가율이 전년 대비 하락했습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합니다. 제품 제조원가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기 위한 수치죠.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원가를 낮춰야 이익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원가 관리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식품기업 중 빙그레의 매출원가율 감소폭이 두드러졌습니다. 2022년 73.5%에서 2023년 68.4%로 5.2%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매출이 1조2677억원에서 1조3943억원으로 10% 오를 때 매출원가는 9320억원에서 9531억원으로 2.3% 상승에 그쳤습니다.
 
아이스크림 주원료인 원유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빙그레가 국내 목장과 낙농진흥회에서 구입한 원유 단가는 1㎏당 2022년 1100원에서 2023년 1163원으로 5.7% 올랐습니다. 전체 매입액도 1596억원에서 1623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빙그레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빙그레 관계자는 "국내 원유(原乳)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른 비용 절감을 통한 원가 개선에 지속적으로 신경 써 왔다"면서 "지난해 1~3분기 매출의 판매비와 관리비 비중도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같은 기간 롯데웰푸드는 74%에서 72.2%로 1.8%포인트, 농심은 71.3%에서 69.6%로 1.7%포인트의 매출원가율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하이트진로는 57.4%에서 55.8%로 1.6%포인트 줄었습니다. 농심의 경우 매출 확대로 인해 고정비가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고, 이에 매출총이익이 늘었습니다.
 
이밖에 사조대림과 대상은 각 1.5%포인트, 1%포인트 감소했으며, TS대한제당과 오리온은 0.9%포인트, 0.7%포인트 축소됐습니다. 오리온은 원부재료 단가 안정화와 공동 매입, 가격 인상으로 원가 압박을 상쇄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의 매출원가율은 59.6%에서 61.7%로 2.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가격 인상 효과·원가 절감 노력…의견 분분
 
식품업계의 매출원가율 하락 흐름은 원재룟값과 제반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을 피력했던 것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의 제품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업계에서는 이익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었죠.
 
일부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용량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는 꼼수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같은 슈링크플레이션에 정부도 칼을 빼들었습니다. 도저히 못 버티겠다며 가격 인상을 단행한 곳들도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가공식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 곡물 가격 등 원재룟값 상승이 있긴 했지만 매출 증가분에 미치지 못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상대적으로 마진은 커지고 슈링크플레이션 등 사실상 가격 인상 정책이 이뤄진 업체들이 많았는데, 이런 점이 매출원가율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현상을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식품업계에서 매출원가율 등 경영개선 지표는 각 업체들 간 사정이 다르고 업황 흐름도 많이 타기에 일괄적으로 요약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제조 업체 납품 가격, 유통 비용 등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중간 과정도 거치기 때문에 업체 간 지표의 진폭은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기업들은 매출원가율 하락은 기업의 노력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계속 오르면 이익이 나지 않으니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는 원가 절감"이라며 "한 번에 원재료를 구매하는 양을 늘리거나 구입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추고,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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